“尹, 대통령의 사회공동체 통합 책무 저버려… 국민신임 배반”

이미지 크게보기긴장 속 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인 4일 오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정계선·조한창(왼쪽부터)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 헌재 파면선고 배경

비상계엄 선포
중대한 위기 현실적 발생 안해
국무위원 부서 없는데도 선포

국회 봉쇄
정치적 목적으로 군·경찰 동원

포고령
의원활동 막아… 헌법·법률 위반

선관위 압수수색
영장 없이 선관위 독립성 침해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22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전원일치로 인용하면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직을 상실하게 됐다. 재판관 전원이 대통령 파면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윤 대통령이 헌법·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해 국민 신임을 잃었다는 판단이다.

이날 헌재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 행위로 보고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결정문을 통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며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입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계엄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행사를 방해했다”며 “법률위반 행위로 경고성 계엄, 호소형 계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과 예산 폭거’와 ‘공직자 줄탄핵’ 등에 대해서도 “헌재 탄핵심판이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등 평상시 권력행사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며 “국가긴급권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계엄 포고령 1호에 대해서도 헌재는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국회 측은 포고령에 국회 활동과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하고, 국민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또 “정당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조항, 대의민주주의 권력 분립원칙을 위반했다”며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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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령뿐 아니라 군·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한 행위에 대해서도 헌재는 탄핵에 이를 만큼 중대한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이 국민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며 “군 통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에 군과 경찰을 보낸 것이 ‘질서 유지’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헌재는 체포 대상에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이 포함된 점도 들어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으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안 의결 과정에 대해서도 “부적법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차례 걸친 탄핵안 의결로 통과돼 ‘일사부재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임시회의 회기에 발의돼 일사부재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내란죄’를 빼 국회 의결을 다시 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가정적 주장에 불과하며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다만 야당의 탄핵소추권이 총 22차례 발의된 점에 대해서는 “위헌·위법성에 대해 숙고하지 않은 채 법 위반 의혹에 근거해 탄핵안을 냈다”고도 봤다.

정선형·이후민·전수한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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