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태원(왼쪽 두 번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2일 KAIST 대전 본원에서 열린 ‘미래세대와의 인공지능(AI)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KAIST 출신 청년 AI 창업가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최태원 상의 회장 ‘위기 의식’

“AI 인프라 제대로 못 만들면
받아와서 쓰는 형태로 전락”
SK의 AI 미래 전략도 제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국내 인공지능(AI) 분야 청년 창업가들과 만나 중국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한국 AI·제조업 현실에 대해 날 선 위기의식을 표한 것은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시계(視界) 제로 상황에서 이른바 ‘차이나 테크’ 위협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2일 KAIST 대전 본원에서 열린 ‘미래 세대와의 AI 토크 콘서트’에서 “AI·제조업 분야에서 경쟁자인 중국 (발전) 속도를 보면 시간이 흘러 우리가 쫓아가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상당히 높은 만큼, 제조업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조업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이 이미 떠오르기 시작했다”며 “이 때문에 제조업을 살리려면 AI가 중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는 데, 최 회장이 그때보다 한층 더 짙은 위기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그는 “우리가 AI 인프라스트럭처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받아와서 써야 하는 형태로 전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이날 SK의 AI 미래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칩 솔루션을 만드는 것”을 꼽으며 “메모리를 넘어 메모리를 확장하는 플랜을 만들고, AI 데이터센터를 가장 싸게 짓는 길을 가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이어 “대형언어모델(LLM) 형태의 AI 솔루션을 만들고 텔코 관련 기업 간 거래(B2B),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며 “지금처럼 AI를 만드는 데 자원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얼마나 독보적이냐가 경쟁력이고, 그래서 우리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지금 줄 서서 사야 하는 것”이라며 “SK도 글로벌 전쟁을 하려면 힘들고, 상대의 목을 치려면 팔을 내어준다는 각오로 도전하고 쟁취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또 참석자들에게는 “명분이 있는 꿈을 가지고, 그 꿈을 로직(논리)으로 만들어 액션을 취하라”며 “피보팅(전략 수정)을 하면서 리소스(자원)를 최대한 잘 활용해야 실수를 적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상의와 KAIST가 공동 개최한 토크 콘서트는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하고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소통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최 회장과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정태희 대전상의 회장 등 기업 대표를 비롯해 KAIST 이광형 총장과 정송 AI대학원장, 학생 및 예비 창업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