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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무관세… 美, 되레 25% 부과
“미국산 안 팔리는 건 상품성 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장벽으로 한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81%가 자국에서 생산됐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산 자동차 관세 0%를 매기는 한국과 달리 정작 미국에서는 한국산 상용차(픽업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무역장벽으로 인한 불이익은 우리나라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미국에 최첨단 연구·개발(R&D) 센터와 주행시험장을 두고 현지 공략을 위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한국 업체와 달리, 미국 업체들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나 신차·차량 포트폴리오가 부진한 탓에 외면을 받아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은 412만8242대로 이 중 162만6245대가 내수에서 소화됐다. 내수 물량 중 134만4432대는 국산차·28만1813대는 수입차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81%는 내수 물량 중 국산차 비중(82.67%)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배기가스 부품인증 규제 모호·수입차 무작위 검증 절차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꼽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무역 장벽은 이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의 무역 조건을 고려하면 오히려 무역 장벽을 높이는 쪽은 미국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차에 0%의 관세를 매기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지화 노력에도 차이가 크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미시간주에 기술연구소를 두고 현지 맞춤형 디자인·주행성능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에 R&D 센터도 없이 주로 소형 차량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이 지적한 한국의 비관세 장벽은 전 세계 수입차 업체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라며 “미국 차가 안 팔리는 건 현격히 떨어지는 상품 경쟁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