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31) 씨.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국적 수기안토 씨
법무부, F-2 자격 부여 검토


법무부는 1일 의성 산불 당시 주민 대피를 도운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31) 씨에게 장기거주(F-2) 자격 부여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기거주 자격은 법무부 장관이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를 했거나 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했다고 인정하는 사람에게 부여할 수 있다.

지난 25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한 산불이 영덕군 축산면 등 해안 마을로 퍼졌을 때 수기안토 씨는 마을 어촌계장과 함께 주민 대피에 나서 수십 명의 마을 주민을 구했다.

수기안토 씨와 마을 어촌계장 유명신 씨는 밤 11시쯤 몸이 불편한 마을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집집마다 뛰어다니며 불이 났다는 소식을 알렸다. 수기안토 씨는 "할머니, 산에 불이 났어요, 빨리 대피해야 해요"라고 외치며 잠이 든 주민들을 깨웠다.

두 사람은 주민들을 업고 약 300m 정도 떨어진 마을 앞 방파제까지 뛰어갔다. 마을은 특성상 해안 비탈길에 집들이 모여 있어 노약자들이 빠르게 대피하기 쉽지 않아 수기안토 씨 등의 도움이 없었다면 큰 인명 피해도 있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90대 마을 주민은 "수기안토 씨가 없었으면 우린 다 죽었을 거다. 텔레비전을 보다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불이 났다는 고함에 일어나 문밖을 보니 수기안토가 와 있었고 등에 업혀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수기안토 씨는 8년 전 취업 비자로 입국해 선원으로 일하고 있다. 고국인 인도네시아에는 다섯 살 아들과 부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