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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브람스, 피아노사중주 3번 ‘베르테르’

스승인 슈만이 세상을 떠난뒤
그의 부인 돌보다 연모의 감정

베르테르의 슬픔 공감하던 시기
자신의 복잡한 심경·처지 담아
비애·허무로 가득한 작품 내놔

1774년 괴테는 사랑에 관한 자신의 아픈 경험과 절친한 친구가 겪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결합시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탄생시켰다.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유럽의 거리엔 소설에서 베르테르가 입었던 푸른색 코트와 노란 조끼를 걸친 남성들로 넘쳐났다. 한편 이 소설은 당시 수백여 명의 청년들이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키며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공전의 히트작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 음악작품으로도 탄생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브람스(1833∼1897)의 피아노사중주 3번 ‘베르테르’다.

1875년 8월 브람스는 자신의 새로운 피아노사중주 작품을 출판업자인 짐로크에게 보내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악보의 속표지에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 작품에 관한 개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속표지의 남성에게 푸른색 코트와 노란 조끼를 입혀 인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피아노사중주 3번 ‘베르테르’는 브람스가 42세가 되던 해인 1875년 발표된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은 실은 그보다 약 20년을 앞선 1854년쯤에 구상되었고 일부는 먼저 작곡되었던 작품이다.

1853년, 막 스무 살이 된 신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브람스는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 슈만(1810∼1856)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브람스는 슈만과 그의 부인이자 당시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1819∼1896) 앞에서 자신의 작품과 연주를 선보였고, 슈만 부부는 그의 연주와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슈만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브람스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슈만의 조울증은 심각해져만 갔다. 이명증과 양극성 장애로 고통을 참을 수 없었던 슈만은 강물에 투신하는 자살소동을 벌였고 급기야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당시 34세의 클라라는 일곱 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는데 이를 딱히 여겼던 브람스는 곁에서 스승의 부인과 아이들을 돌보아 주었다. 클라라가 연주 여행을 위해 집을 나서면 브람스가 찾아가 아이들을 돌보고, 떨어져 있을 때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언제라도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브람스가 이렇게 클라라와 자녀들에게 더 깊이 관여할수록 그녀를 향한 동정과 연민은 연모의 감정으로 또 사랑의 감정으로 번져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슈만이 라인강에 투신자살을 기도한 지 2년 뒤인 1856년 7월, 끝내 슈만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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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존경, 연민, 죄책감. 브람스가 스승인 슈만과 그의 부인이자 연인인 클라라에게 가져야 했을 당시의 복잡한 심경과 처지를 담아 작곡한 작품이 바로 피아노사중주 3번 ‘베르테르’다. 이 곡의 1악장은 바로 청년 브람스가 베르테르의 슬픔에 깊이 공감하던 시기인 1854년부터 1856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하지만 브람스는 마치 자신의 자화상처럼 비애와 허무로 가득한 작품을 곧장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 슈만의 사망 후 묵묵히 클라라의 뒤에 서서 돌보던 1856∼1861년 사이 3악장 안단테를 완성하였고 또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후인 1874년이 되어서야 낭만을 꿈꾸었던 이성주의자 브람스는 마침내 2악장 스케르초와 4악장을 모두 완성하였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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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피아노사중주 3번 ‘베르테르’는 1854년 작업에 착수해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875년에 완성했다. 초연은 같은 해 11월 브람스 자신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헬메스베르거 현악사중주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작품은 전체 4악장으로, 특히 한 청년의 애끓는 듯한 가슴앓이를 노래한 1악장이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