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기업 승계 문제와 상법 개정안을 연계해 저격했다가 사실 왜곡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SNS에 ‘어떤 상장 기업의 3조6000억 원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13%, 모회사의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는데, 총수께서 모회사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했다. ‘낮아진 주가로 증여세를 절감할 가능성이 크고, 자녀 소유 회사에 지분 매매 대가로 지급한 돈이 증여세의 재원이 될 거라는 추측까지 나온다’고 했다. 해당 기업은 한화그룹이다.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증여세는 개시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 주가로 결정된다. 모회사 주가는 최근 1년 새 약 57% 올랐다. 절세만 고려했다면 지금 증여할 이유가 없다. 지분 매매대금 역시 회사 돈이고, “증여세도 개인 자금으로 낼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자본시장을 현금 인출기로 여긴다는 비판에 할 말이 없다. 기어이 거부권을 쓸 것이냐”라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겨냥했다. 지난달 1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한 내용이다. 기업들이 경영 결정 지연과 줄소송 위험 등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해온 법안이다.

한 대행이 1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 것은 불가피했다. “기본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투자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달성할 방안을 다시 모색해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비상장 중소기업까지 100만 개나 적용되는 상법 대신 상장사(2612개) 대상의 자본시장법 개정을 제안해왔다. 이게 올바른 방안이다. 하지만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상법 개정 재추진은 물론 집중투표제 등을 추가하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기업 주도 성장’을 거론하고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고 했다. 뭐가 본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