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부담에 선제대응 나선 듯

석유화학·항공·생활용품·유통 사업을 운영하는 애경그룹이 모태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경케미칼·제주항공·AK플라자 등 계열사가 경영환경 악화로 장기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자칫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선제 구조조정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CJ 등 다른 유통 대기업 그룹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주력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유통 업계 전반으로 구조조정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의 연결기준 유동부채(1년 내 갚아야 할 빚)는 지난해 말 기준 2조6735억 원으로 2021년(1조8739억 원) 이후 3년 만에 4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78.3%에서 328.7%로 급증했다.

AK홀딩스의 재무구조 악화는 석유화학 계열사인 애경케미칼과 항공 계열사 제주항공, 쇼핑몰 AK플라자 등 계열사들이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AK홀딩스는 지난해 말부터 AK플라자에 16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했던 제주항공에도 4년간 유상증자로 6148억 원을 쏟아부었다. 특히 지난해 말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계열사 주가가 동반 하락한 점도 그룹의 재무적 부담을 더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주력인 중국 화장품·생활용품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매각 추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4% 감소한 468억 원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애경산업의 매각가를 6000억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애경그룹은 경기 광주 골프장 중부CC도 매각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