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인능욕방서 유포된 피해자 신상. 인천경찰청 제공

AI 딥페이크 기술로 범행…대학원생 등 8명 구속·7명 입건
경찰 “완전한 범행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검거”…신고 당부


인천=지건태 기자

대학 동문이나 지인 여성의 얼굴에 나체사진을 합성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대학원생 A(24) 씨 등 8명을 구속하고, B(25) 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 등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성범죄물을 90차례 만든 뒤 텔레그램에 개설한 ‘지인 능욕방’을 통해 270여 차례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 씨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페이크’ 기술이나 사진 편집 프로그램으로 대학교 동문 여성 17명의 얼굴에 다른 여성의 나체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피해 여성들과 같은 대학교를 졸업한 뒤 다른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 동문뿐만 아니라 A 씨 일당의 지인이나 모르는 여성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뿐만 아니라 또 다른 대학원생 등 공범들은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 등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이용해 성범죄물을 만들었다.

이후 성범죄물은 피해자들의 이름과 재학 중인 대학교명을 넣어 만든 ‘00대 000 공개 박제방’을 통해 유포됐다.

한때 1000명 넘게 활동한 이 단체 대화방은 과거에도 만들어진 뒤 폐쇄됐다가 다시 개설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채팅방 개설자가 텔레그램 주소를 온라인에서 홍보하면 이를 본 이들이 지인 능욕방에 입장해 성범죄물을 함께 봤다. 이들은 실제로는 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이였고, 텔레그램에서만 모여 함께 범행했다.

A 씨는 지인 능욕방에 입장한 이들 가운데 적극적인 참여자에게 관리자 권한을 줬으며 나머지 참여자에게는 성범죄물을 다른 텔레그램 방에 유포하도록 유도했다.

경찰은 2023년 4월 피해자 신고를 처음 접수했고, 이후에도 피해자가 잇따르자 수사관 26명으로 전담팀을 꾸려 수사했다. A 씨 등 15명 가운데 구속된 7명을 포함한 11명은 이미 검찰에 넘겨졌으며 나머지 4명은 조만간 송치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가장 먼저 구속된 30대 남성은 지인 능욕방에서 합성 사진을 내려받아 지인에게 유출한 혐의로 같은 해 6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절대 검거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완전한 범행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사이버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므로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 도움을 받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