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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논설고문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와 사족 보행의 로봇개가 세계를 휘젓고 있다. 공중제비를 돌거나 인간의 지시에 따라 주방 일도 척척 해낸다. 새 로봇은 첨단 기술의 복합체. 주변을 감지하는 카메라와 센서, 근육과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균형을 잡는 자이로스코프, 손가락 기능의 정밀 그리퍼, 고에너지 밀도의 배터리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두뇌는 딥러닝과 자율 제어 기능의 인공지능(AI)이다.

새 로봇 시대가 열린 것도 AI 덕분이다. 인간이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생성형 AI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의 동작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하면서 걷기, 뛰고 멈추기, 앞구르기, 물구나무서기, 물건 집기 등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 자택에 로봇개가 경비를 서고 있다. 폭탄과 테러 위협을 감지하는 고해상도 카메라와 열추적 센서를 장착한 비밀 경호 요원이다. 이스라엘도 하마스와 전투에 미국에서 수입한 로봇개 ‘비전60’을 투입했다.

현재 휴머노이드 분야는 미국 테슬라와 중국 유니트리가 선두를 다투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첨단 소프트웨어, 정밀 기계 부품 덕분에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이에 비해 유니트리는 대당 1만6000달러의 뛰어난 가성비로 글로벌 시장의 60%를 장악했다. 일본 혼다의 아시모도 오랜 역사를 지닌 강력한 경쟁자다. 뒤늦게 참전한 한국도 맹추격 중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와 로봇개 ‘스팟’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삼성전자도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첨단 로봇개 상용화를 선언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부족해지는 인간 노동력을 대신해 2030년까지 100만 대, 2060년까지 30억 대의 휴머노이드가 운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도 “경제성을 감안하면 제조업 공장에서 가장 먼저 휴머노이드를 채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주 현대차는 스마트 팩토리인 미국의 메타플랜트 준공식에서 근로자와 로봇이 함께 차량 부품을 운반하고 품질을 검사하는 현장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신인류 휴머노이드와 같이 경쟁하고 살아가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