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저명한 한 중국계 미국인 교수가 미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대학에서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1기 때 시행되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종료됐던 중국 스파이 색출 작전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부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미 NBC 뉴스 등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 소속 요원들은 지난 28일 인디애나대 블루밍턴의 왕샤오펑 교수 내외가 소유한 집 두 채에 대한 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왕 교수의 구체적인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다. 같은 날 대학은 왕 교수를 해고했다. 미국대학교수협회(AAUP) 블루밍턴 지부는 왕 교수의 해고가 적절한 절차 없이 이뤄졌다며 항의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계 미국인 과학자 커뮤니티에선 ‘차이나 이니셔티브 2.0’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미 국립보건원에서 근무하는 한 중국계 생물학자는 “왕 교수 사례로 미국 내 중국 출신 과학자들은 깊은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11월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기술 정보와 지식재산권(IP)을 탈취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과학자 250여 명이 적발됐고 이 중 112명이 직장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