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타살 혐의점 없어”

보좌진 신고로 오피스텔서 발견
현장엔 “가족에 미안” 자필유서

최근 전 비서 성폭행 혐의 조사
증거영상 나오자 압박 받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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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로 고소돼 경찰 조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장 전 의원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장 전 의원의 사망으로 고소인 측은 1일 오전으로 예고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날 경찰 등에 따르면 장 전 의원이 3월 31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는 장 전 의원의 보좌진으로, “장 전 의원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가족의 연락을 받고 확인하러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는 장 전 의원이 자필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A4 용지 몇 장에 달하는 이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알려졌다. 고소인 관련 내용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유족 측은 부검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 전 의원은 2015년 부산디지털대 부총장 재직 시절 비서 A 씨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로 고소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고소인 측은 2015년 11월 18일 자정 무렵부터 같은 날 오전 8시까지 서울 강남 소재 호텔에서 장 전 의원이 술에 만취해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장 전 의원 측은 그동안 A 씨가 주장하는 성폭행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고, 지난달 28일 경찰 소환 조사 때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다 31일 사건 당시 호텔 방 안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장 전 의원이 A 씨 이름을 부르며 물을 가져다 달라고 심부름시키는 상황, 추행을 시도하는 정황, 피해자가 훌쩍이는 목소리로 응대하는 상황이 담겼다. 아울러 A 씨 측은 사건 당일 해바라기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해 응급 키트로 증거물을 채취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A 씨의 신체와 속옷 등에서 남성 유전자형이 검출됐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A 씨 측은 사건을 9년 만에 공개한 배경에 대해 “피해자는 당시 장 전 의원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힘에 대한 두려움과 성폭력신고 이후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형사고소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 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온세상 김재련 대표변호사 등은 이날 오전 10시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 경위 등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김 변호사는 장 전 의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날 기자회견을 3시간여 앞두고 취소했다. 장 전 의원의 사망으로 성폭력 고소 사건은 종결 수순을 밟게 된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 전 의원의 빈소는 고인의 연고지이자 지역구가 있었던 부산에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