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숨진 의료진들을 추모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유엔 직원·의료진·구호요원을 죽이고 마음대로 집단 매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정권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침묵 아래 재개된 가자지구 공세에서 전쟁범죄가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가자지구에서 유엔 직원 한 명을 포함해 의료진, 구급대원 등 15명을 한 명씩 차례로 살해해 집단 매장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등은 사건이 지난달 23일 새벽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 텔 압술탄 지역에서 자행됐다고 전했다. 적신월사 측은 공습 사상자들을 도우러 간 구급차 한 대가 본부와 연락이 끊기자 구급차와 민방위대 트럭 등 차량 다섯 대를 추가로 현장에 보냈다. 이들은 먼저 현장에 간 의료진 두 명이 총격에 숨진 것으로 보고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이들을 향해서도 총격이 쏟아져 차량에 탄 대부분이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적신월사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등에 따르면 숨진 15명 중 8명은 적신월사 직원이었으며 6명은 민방위대원, 1명은 유엔 직원이었다.

적신월사의 보건 프로그램 국장 다샤르 무라드는 공격 당시 차량에 탄 의료진 한 명과 실시간으로 전화를 주고받고 있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처음 공격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묶어서 끌고 간 뒤 다시 살해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숨진 의료진이 처음에는 전화로 부상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고, 몇 분 뒤 전화 너머로 이스라엘 군인들이 다가와 히브리어로 "이들을 데려가서 결박하라"고 지시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무라드 국장은 "이때까지만 해도 의료진 여러 명이 여전히 살아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전쟁에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이나 의료진을 해치는 행위는 국제인도법 등을 위반하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이미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죄 등의 혐의로 수배한 바 있다. 다만 민족주의 극우세력이 대거 포진한 네타냐후 정권에 친화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팔레스타인에 더 반인도적 행위가 자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