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안전공사 등 4개 기관 과실 인정

2019년 발생한 강릉과학산업단지 수소탱크 폭발사건과 관련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피해기업에 모두 75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강릉과학산업단지 내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다 폭발사고로 피해를 본 A사 등 34개 업체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가스안전공사, 강원테크노파크 등 4개 기관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각 기관의 과실 책임을 인정한 판단이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빠뜨린 잘못이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강릉과학산업단지에서는 2019년 5월 23일 단지 내 강원테크노파크의 수소탱크가 폭발해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폭발한 수소탱크는 정부가 2015∼2019년 추진한 에너지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1심 법원은 정격 이하 전력을 공급한 탓에 생산되는 수소의 순도가 낮아졌고, 이 때문에 수소탱크에 폭발한계를 넘는 산소가 혼입돼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문제를 제때 통보하지 않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에 과실이 있다며 75억58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부지 제공자인 강원테크노파크에는 사고가 제삼자의 행위로 발생했고 구체적 안전관리 의무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구 기각했다. 2심 역시 원고 측과 피고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특히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대해서 “사업전담기관으로서 안전성과 업무수행능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참여기관 변경을 승인했고, 사업지연 및 실패 가능성을 알 수 있었음에도 사업비 집행 중단이나 현장 실태조사 등 필요한 안전성 점검 조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대해서도 “수소 내 산소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위험상태임을 인지했음에도 조처를 하지 않아 폭발사고 예방을 위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