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평양의 노동당 본부 청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진행된 고위 간부 비리조사가 마무리되고, 현재 징계 수위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샌드타임즈는 평양시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조사가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대회 전후로 드러난 고위 간부들의 각종 비리와 가족 관련 문제들을 전면 재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북한 당국은 ‘당의 건전성과 지도기관의 도덕성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4가지 항목을 중점 조사했다. △8차 당대회 사업 보고 누락 및 왜곡 △간부 가족의 특권적 생활 행태 △비공식 인맥을 통한 자재 조달 및 유용 △내부자료 유출 및 부정축재 등이다. 조사 기간은 1월부터 2월 말까지 약 두 달간 진행됐으며, 3월 중순부터는 징계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당 법무부장 김형식과 규율조사부장 김재룡이 조사를 공동 지휘했으며, 중앙당 비서국 소속 간부 중 핵심 인물 20여 명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중 조용원 조직비서와 리일환 선전비서도 포함돼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가족 특혜 의혹이 여럿 드러나면서 간부 사회 내 긴장감은 더욱 확산·고조되고 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일부 간부들이 자녀의 유학 및 외화 거래 행적을 숨기기 위해 허위 보고서를 제출한 정황이 드러나며 조사는 한층 더 확대됐다. 조용원 조직비서의 경우, 간부 인사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개입 정황과 함께 처가 측 친척이 운영하는 평양 시내 식료품 공급소에서 무역회사 명의로 자재를 독점 공급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리일환 선전비서는 대외선전용 출판사업 과정에서 중국과의 직거래를 통해 외화를 유입하고 이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선전부 산하 기관의 당 예산을 유용해 자신의 인맥이 운영하는 비공식 선전활동에 자금을 지원하고, 처형이 운영하는 봉화합작사를 통해 외국산 기자재를 밀반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재 관련 간부들은 자택 대기 상태에서 자체 비판문을 작성 중이며, 법무부와 규율조사부의 교차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당적 처벌이나 중앙당 직위 박탈 등의 징계 수위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용원 비서와 리일환 비서는 아직 공식적인 경질이나 혁명화 조치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동행 일정에서만 배제된 채 기존 업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조사 기간 내내 중앙당은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싸늘한 분위기였다"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김정은이 당 조직 내부의 기강을 재정비하고, 중앙당의 도덕성과 규율 확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샌드타임즈에 말했다. 이번 조치는 중앙당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각 도당 및 성급 기관들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