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AEA 사찰 회피 목적
"한국 370개 이상 원폭 생산 가능" 주장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패싱’하고 직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1994년 10월 제네바 협의에 앞선 미·북 고위급 회담에서도 한국이 패싱돼 우리 정부가 서운함을 드러내는 정황이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미지 크게보기 외교부가 28일 공개한 1994년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중 1994년 8월 17일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기 앞서 김 대통령이 참고한 통화 말씀자료 캡처. 외교부 제공

28일 외교부가 공개한 1994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8월 17일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3단계 미·북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통화했다. ?미·북 3단계 회담은 8월 5~12일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북 간 진행한 일련의 협상 중 하나다. △특별사찰 포함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의무 전면 이행 △핵확산금지조약(NPT) 완전 복귀 및 임시·일반 사찰 수용 △2000㎿e 경수로 건설 등의 주요 합의가 이뤄졌다.

통화에 앞서 김 대통령이 참고하도록 한 말씀자료는 "미·북 회담이 성공적으로 종료한 것을 축하한다"면서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좋은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그러면서도 "미·북 간 합의발표문에 남북 대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점과 관련, 우리 국민들 사이에선 북한 핵문제 교섭이 당사자인 우리가 배제된 채 미·북 간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실을 굴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심지어는 미국이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론마저 있다"고 지적한다. 미·북 회담에서 소외된 처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으로, 통화 이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자료엔 이와 관련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환담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북한은 IAEA 사찰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이 핵 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94년 2월 21일 북한은 유엔 측에 한국이 중수로를 이용해 플루토늄을 생산, 핵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외교부 비망록을 유엔총회 및 안전보장이사회 문서로 배포해줄 것을 요청했다.

비망록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 정책이 1970년대부터 시작됐으며, 1983년 이후로 가동 중인 월성의 6787㎿e급 중수로를 통해 370개 이상의 원자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잠재적인 플루토늄을 생산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 측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IAEA 사찰 거부로 야기된 북한 핵문제의 진상을 왜곡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관심 회피를 기도했다"며 "우리의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 오도를 통해 북한 핵문제의 본질에 대한 왜곡을 기도했다"고 분석했다.

외교부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생산 후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총 2506권 38만여 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