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이 26일 연세대 백양관에서 강연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 교수 방한… 트럼프 대응전략 강연

“미와 주고받기 협상 잘하면
전술핵 재배치도 가능할 것

미·북대화 올 후반기쯤 전망
이번엔‘한국 패싱’어려워”

글·사진=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2.0 행정부 시기엔 일본 수준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뿐 아니라 전술핵 재배치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신기욱(64)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AC) 소장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트럼프 2.0: 미국과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강연한 뒤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말을 크게 하고(지나친 요구를 하고)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한 뒤 조정해 나가는 협상 전략을 쓴다”며 “한국도 같은 전략을 써서 내줄 건 내주되, 받을 건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한국도 일본 수준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 전술핵 재배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시간 끌기’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유럽 등 다른 국제 이슈 때문에 바빠서 한국까지 신경을 못 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 4년, 짧으면 2년까지(중간선거에서 패배한다는 가정) 시간을 끄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북 대화는 올해 후반기나 내년 초쯤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신 소장은 예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기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국 정부를 패싱하고 북한과 직접 대화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그런 식으로 흘릴 순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인터뷰에 앞선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칼날이 결국 중국을 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멕시코, 캐나다에 부과한 관세 정책은 사전 정지(整地) 작업 차원으로 봐야 하며, 임기 1년이 지나면 결국 중국과 세게 붙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고달파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신 소장은 스탠퍼드대에서 한국학 프로그램을 설립해 한·미 관계,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 등을 연구해온 재미(在美) 석학이다. 특히 전임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막후에서 한·미 간 가교역할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