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장악력을 높이려는 중국의 ‘서해 공정’은 오랜 기간 진행돼 왔다. 역대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여러 이유로 적극적 대응을 회피해왔다. 이젠 그런 단계를 지났다. 최근 논란이 커진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 해양구조물에 대한 대응은 시금석이다. 더불어민주당까지 중국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위성락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회의에서 “우리 당에서도 아무도 얘기하지 않아서 굳이 말씀드린다”면서 “(북·중 합의에 따라 중국이 자국 영해선으로 간주하는) 동경 124도선을 우리 해군이 못 넘어가는 상황이 굳어지면 심각한 안보 위해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 다음날 민주당은 “신뢰 훼손 행위”라는 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을 냈고,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최고위원은 “해양 주권 위협 행위”로 규정했다.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하면 된다”고 했던 이재명 대표의 발언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이 철골 구조물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2020년 3월인데, 문재인 정부는 묵인했다. 지름 70m, 높이 71m의 철골 구조물 2기엔 거주 시설까지 설치됐다고 한다. 중국 측은 민간업체의 양식용 시설이라고 주장한다는데 어불성설이다. 지난 2월 한국 해양조사선이 구조물 점검을 시도했을 때 중국 해경이 저지해 충돌 직전까지 간 것은 민간시설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PMZ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해역으로,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조업 및 수산자원을 공동 관리한다.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세운 것은 협정 위반이다. 우리 정부는 어업공동위원회를 소집, 철거를 요구하고 비례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고 영해로 선포한 것과 같은 사태를 자초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