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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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사흘 앞둔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최 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가 주요 이유인데, 한 총리 탄핵안이 기각돼 대통령 대행으로 복귀하면 정치 보복과 화풀이, 국정방해 외 민주당이 얻는 실익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 총리가 지난 24일 대행으로 복귀하면서 민주당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헌법재판관 3인(정계선·조한창·마은혁) 임명을 미룬 한 총리 탄핵이 기각됐는데, 마 재판관 1명을 임명 안 한 게 탄핵 인용 사유가 될 리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압도적인 여권 비판 여론이 꺾인 결정적인 계기가 한 대행까지 탄핵한 오만과 무도함이다. 26일의 이재명 대표 선거법 2심 판결보다 훨씬 빨리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나야 한다는 조급함이 사리분별을 못 하게 막았다. 최상목 탄핵 겁박도 조급증의 발로다.

최 부총리가, 한 총리가 임명하지 않은 정·조 재판관을 임명하면서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게 크게 여론 비판을 받지 않은 것은 그의 지나친 정파성 때문일 것이다. 사회민주주의 혁명을 위한 노동운동 단체 ‘인민노련’에서 핵심 조직원으로 활동했고, 민주노동당 건설에도 관여하는 등 정치 편향성을 지나치게 드러냈다. 그냥 판사는 몰라도 헌법재판관은 무리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앞두고 이런 사람을 헌법재판관 후보로 선출할 정도로 이 대표는 확실한 ‘우리 편’을 원한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민주당이 지난해 말 관례를 깨고 선출한 재판관 2명이 매우 선명한 진보좌파 성향이다. 한 총리 탄핵 기각 때 8명 중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낸 정 재판관은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서울서부지법원장을 지냈는데, 우리법연구회·서부지법 출신을 또 선출할 정도로 과한 욕심을 부렸다. 마 후보자보다 정파성이 조금만 덜한 재판관으로 만족했었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성향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우리법·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데, 우리법 재판관을 2명 더 추가하겠다는 과욕을 부리다 동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