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의견 들어보니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갈등에
공주역·서대전역 ‘공동 쇠퇴’
보령~대전고속도로도 하세월

정치권 “관광·교통 협력 절실”
일각 “통합효과 의문”지적도

대전·홍성=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지역소멸·공멸 위기라는데 같은 충청도끼리 따로 놀지 말고 뭉쳐야 살쥬.”

24일 충남권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에 따르면 1989년 대전·충남 분리 이후 35년 만의 양 시·도 행정통합 추진 움직임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다소 반신반의하면서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거대 수도권과 영호남 패권 사이에 끼어 있는 충청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문을 연 호남고속철 공주역은 전국 KTX역 가운데 최악의 ‘유령역’이란 오명을 10년째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의 호남고속철 분기역 결정 당시 대전과 충남이 서로 대립하다 간이역에 불과했던 오송역에 분기점 지위를 내준 결과다.

당시 충남도는 정부 측 원안으로 호남권도 지지했던 천안~익산 직결노선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지만, 대전시는 뒤늦게 대전 분기안을 내세우며 대립했다. 결국 어부지리로 오송이 분기역으로 결정되면서 공주역과 대전의 호남 관문 서대전역은 나란히 ‘공동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고광철 충남도의원은 “공주역은 서울까지 고속버스보다 1시간이 더 걸리고 시내까지 택시비만 3만 원이 나오는데 누가 이용하겠느냐”며 “같은 충청 끼리 ‘마이웨이 행정’으로 서로 손해 보는 일은 그만하고, 이제 힘을 합칠 때다. 공주는 관광·교통 등 여러 측면에서 대전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보령~대전 고속도로 얘기만 나오면 목소리를 높인다. 30년 넘도록 미해결 숙원인데도 그동안 대전·충남 분리로 추진 동력 확보가 어려웠다는 탄식이다. 김 시장은 “충청 최대 도시와 불과 90㎞ 떨어져 있는데도 고속도로가 없는데 대전에서 남해·동해로 가는 고속도로는 벌써 뚫린 지 오래”라며 “단일 지방정부가 단일 대오로 추진했다면 벌써 되고도 남았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아직 행정통합의 실체·기대효과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통합이 과연 지역소멸을 막는 보증수표인지 믿을 수 있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 254석 중 수도권이 122석이고, 정치적 패권을 쥐고 있는 영호남은 힘으로 ‘달빛철도’ ‘가덕도 신공항’ 등의 거대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충청권은 ‘각자도생’의 형국”이라며 “그동안 대전·충남의 분리 결정이 지역 특수성과 자율성 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면, 이제는 지방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통합의 이익이 더 강조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