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트랙터 행진’ 제한 통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기자회견 등 형태로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경찰이 24일 “어느 시점에서는 (헌재 앞을) 진공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며 의원들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헌재 주변에서 집회·시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런 와중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오는 25일 또다시 트랙터 상경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선고 당일 의원들이 헌재 앞을 지키면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외 없이 적용하겠다”며 “의원들과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헌재 앞에서는 정치인들의 농성자 격려 방문과 1인 시위, 기자회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엔 김정재·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 이용 전 의원이 1인 시위에 나섰는데, 기자회견을 하러 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말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박 직무대리는 “헌재 재판 후 주요 시설의 안전 확보, 헌법재판관과 주요 인사의 신변 안전, 찬반 단체 간 대규모 충돌 방지, 인파 관리와 질서유지 등 예측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헌재 정문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폴리스라인이 겹겹이 설치되는 등 경비가 대폭 강화된 모습이었다. 경찰은 행인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 용무를 일일이 물었다.

한편 서울 도심서 ‘트랙터 시위’를 예고한 전농에 경찰이 제한 통고를 내리자 전농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전농 산하 전봉준투쟁단은 25일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를 동원해 집회를 열겠다고 지난 22일 신고했는데, 경찰은 교통 불편 등을 근거로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다. 전농 관계자는 “과도하게 막아서는 것이 오히려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 인근 카페 점주 김모(42) 씨는 “시위 장기화로 하루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트랙터까지 오면 피해는 더 커진다”고 토로했다.

조재연·조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