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아마존 AFP 연합뉴스

볼리비아 아마존 원주민 부족이 미존재 국가와 토지 계약을 맺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23일(현지시간) 볼리비아원주민연합(CIDOB) 페이스북과 볼리비아 일간 엘데베르에 따르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거주하는 바우레·카유바사·에세 에하 등 3개 원주민 그룹은 지난해 9월~11월쯤 서울 면적의 6.5배에 달하는 3900㎢ 규모 토지를 1000년 간 쓰도록 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서에는 지상 및 지하서 접근 가능한 자원에 대한 모든 권리를 넘기는 것과 동시에 해당 영토 내 완전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대가로 각 원주민 부족은 최대 10만 8000 달러(약 1억 5800만 원)를 받게 돼 있다고 엘데베르는 전했다.

공개된 계약서에 따르면 거래 상대방은 ‘카일라사 합중국’으로 표기돼 있다. 언뜻 보면 나라 이름 같은 ‘카일라사 합중국’은 그러나 정식 국가이기는커녕 어디에서도 국가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조직이다.

CIDOB은 원주민들이 개별적으로 ‘국가’를 사칭하는 집단과 거래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후스토 몰리나 CIDOB 대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성명에서 "카일라사와 관련된 자들이 수년 전부터 원주민 영토에 머물면서 일부 부족과 접촉한 것으로 최근에서야 확인했다"며 "그들이 머물던 곳에 거처까지 마련한 것으로 파악하고 관계 당국에 알렸다"고 밝혔다.

볼리비아 정부 역시 관련법상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설명했다. 야밀 플로네스 농업·토지개발부 장관은 "한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번 계약과 관련해 고소·고발이 접수되진 않았지만, 당국이 직권으로 조사 중"이라며 "이런 유형의 합의는 효력이 없으며, 원주민 재산 보호를 명시한 현행법률상 외국인은 아마존 지역 토지를 취득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고 엘데베르는 보도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