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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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에 이어 5분 충전으로 400㎞를 주행하는 전기차…. 중국의 놀라운 기술 굴기에 ‘차이나 피크’라는 조롱이 사라졌다. 미국 빅 테크들의 독점 시대가 끝났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연일 “기업들이 먼저 부유해진 뒤 함께 부유해지자(先富促共富)”고 외친다. ‘함께 잘살자(共同富裕)’는 국정 노선도 바꿨다.

한 꺼풀 벗겨 보면 중국 경제의 그늘은 더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은 5년째 침체 중이다. 상장 건설업체 90곳 중 69곳이 거액의 영업적자를 냈다. 가계 자산의 70%나 되는 집값이 내려가면 소비도 위축된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떨어져 1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생산자 물가지수는 29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중국이 ‘D(디플레이션)의 공포’에 떨고 있다. 물가 하락은 기업 수익성을 악화시켜 투자가 감소하고, 결국 임금 삭감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을 낳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제조업 생산의 30%를 차지하지만, 소비 비중은 18%에 그치는 기형적 구조다. 문제가 생기면 수출을 돌파구로 삼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 1∼2월 수출은 2.3% 증가에 그쳤다. 더 문제는 수입이 8% 준 것이다. 생산활동 위축으로 원유·철광석 수입이 급감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전쟁까지 덮쳤다. 나름대로 중국도 대비를 해왔다. 대미 수출 비중을 2018년 19.8%에서 2023년 12.8%까지 줄였다. 대신 수출 다변화에 주력해 동남아시아·러시아·유럽 등에 수출을 크게 늘렸다. 대표적 피해 사례가 한국으로, 대중 무역수지가 2023년 적자로 전환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이 첨단 기술을 자랑하지만, 거시 경제 지표는 여전히 암울하다. 딥시크와 초고속 충전 전기차는 몇몇 젊은 천재 잔치일 뿐, 그 온기가 넓게 퍼지지 않고 있다. 최근 헤이룽장성의 한 병원이 ‘대졸·35세 이하·월급 35만 원’의 경비원 채용 공고를 내 중국 전역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만큼 취업난도 심각하다. 중국이 ‘디플레이션 수출’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과잉 생산 물량을 저가에 풀어 전 세계를 가격 경쟁으로 내모는 현실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과 무역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도 ‘사드 보복’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당당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