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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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7세 고시는 옛말이라고 한다. 대신 등장한 것이 ‘4세 고시’. 영어유치원 입학 레벨 테스트이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영유아의 영어유치원 비용은 월평균 154만5000원으로 1년에 1900만 원 가까이 든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 그중 영어가 41만4000원으로 최고라니 영어에 대한 열의가 놀랍다. 여기에 사회, 과학, 독서, 글쓰기, 예체능까지. 우리 아이들 참 바쁘다.

이는 곧바로 국제 뉴스가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한국의 경쟁이 6세 미만 절반을 입시학원으로 몰아넣었다’고 전했다. FT는 부모들이 ‘자녀가 최고 대학과 고소득 일자리를 위한 경쟁에서 앞서게 학원에 의존한다’며 부담이 커도 사교육을 택한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경쟁, 불확실한 미래, 교육열과 계층 상승 욕구, 입시 위주의 부실한 공교육이 더해져 부모와 아이들이 사교육 블랙홀에 빠졌다.

하지만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영유아 21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5세 때 사교육 경험이 학업과 정서 발달에 그리 효과가 없었다. 아동의 지능, 부모 소득 등 다른 변수를 통제하고 사교육이 초중등 학업 수행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해 보니 초기 학업 수행능력에는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그 차이는 미미했다. 자아존중감, 삶의 만족도 등 사회 정서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사교육을 안 받은 어린이의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너무 밑지는 투자인 셈이다.

연구진은 결론 내린다. ‘영유아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사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놀고 부모와 함께하는 경험으로 시간을 채워야 원하는 성장과 발달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 혁명의 시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맞이할 세상은 지금과 완전히 다르다. 이번 주 방한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도 미래엔 특정 직업이 평생 유지되지 않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재발명해야 한다며 비판적 사고를 통한 문제 해결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꽉 짜인 과목별 사교육이 아니라 자유롭게 생각할 ‘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