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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온 유발 하라리 간담회
“한국 계엄사태에 놀라지 않아
세계 민주사 늘 있었던 일”

“예측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인공지능(AI)이 아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넥서스’ 등으로 알려진 역사가 유발 하라리(사진)는 AI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20일 방한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제까지 만들어낸 기술과 발명처럼 AI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AI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AI가 만들어 내는 무기는 누구를 폭격할지 결정할 수 있고 스스로 완전히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하라리 작가는 장대익 가천대 교수와 함께 ‘AI와의 공존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하라리 작가는 “AI에 대해 모두가 꼭 알아야 할 점을 꼽으라면 AI가 도구가 아니라 ‘행위 주체자’라는 점”이라며 “그간 인간이 만든 모든 기술적 모순은 석기시대 도끼부터 원자폭탄까지 우리의 도구였고 우리 손에 달려있었다. 새로운 생각을 만들고 발명을 해내는 AI는 도구가 아니다. AI의 ‘재앙화’를 막기위해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하라리 작가는 최근 한국의 계엄 사태에 대해 “솔직히 놀라지 않았다”며 “지금 많은 국가에서 일어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늘 있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계엄·쿠데타가 군대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친위 쿠데타’, 즉 정부나 집권정당에 의해서 훨씬 많이 일어났다”며 “민주주의 체제에서 독재자는 처음에는 법을 이용해 권력을 잡지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법 자체를 파괴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사법부’와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며 “자유로운 언론과 독립된 사법부가 없다면 선거는 언제든지 조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의 독재자들에게는 매뉴얼이 있다. 우선 언론을 파괴하고 법원을 파괴한다. 그렇게 되면 선거라는 것은 의미가 없고 형식적인 행위가 되어버린다”고 했다. 한편 하라리 작가는 이번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AI 관련 대담과 행사에 참여한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에 대해 특별 대담을 연다. 22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AI를 주제로 약 90분간 대담할 예정이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