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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빈 오페라하우스 감독 당시에
미인 알마와 결혼후 만든 명곡

목가적이지만 허무한 선율
교향곡 10편중에 최고 비극적

‘카타르시스’란 고대 그리스어에서 기인한 말로 무언가 해로운 것들을 덜어내거나 제거하는 것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이는 널려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이론 중 하나로 관객들은 비극을 통해 그 슬픔에 깊이 공감하고 마침내 눈물과 함께 내면의 정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슬픈 음악은 몸에 좋다. 청자는 슬픈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슬픔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종내에는 카타르시스의 폭발과 함께 이내 내면의 해로운 것들을 덜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비극적’이란 부제로 유명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6번’이다.

말러(1860∼1911)의 음악적 특징으로 길고 난해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는데 그 외에도 꼬리표처럼 항상 따라붙는 말이 있으니 바로 음악을 관통하며 흐르는 정서인 염세주의다.

그의 음악에 뿌리 깊게 내린 염세와 회의적 정서는 그의 출신과 성장 과정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말러는 체코 보헤미아 지방의 칼리슈트에서 양조업을 하는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제아무리 오스트리아의 여권을 갖고 있다 한들 또 가톨릭 교인으로 개종했다 한들 그는 늘 이방인으로 따가운 차별의 시선 속에서 살아내야만 했던 것이다. 그의 염세주의는 가족들의 죽음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열네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난 말러는 어린 시절 여덟 명의 형제들을 떠나보내야만 했고 그중 함께 음악을 공부했던 동생 오토의 권총 자살은 그에게 큰 충격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이토록 강렬한 부제 ‘비극적’을 지닌 교향곡은 그의 인생의 가장 깊은 수렁 한가운데서 창조된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그의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시절에 탄생된 작품이다.

교향곡 6번 ‘비극적’은 오스트리아 마이에르니히의 한적한 호반에서 1903년과 1904년에 걸쳐 작곡됐다. 이 시기는 말러 인생에 있어 가히 화양연화라 할 만했다.

당시 말러는 빈 국립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며 세계 최고의 오페라하우스를 호령하던 시기였다. 작곡가로서의 위상 또한 날로 높아만 갔고 한 해 전인 1902년에는 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손꼽히던 알마와 결혼식을 올리며 그토록 소망하던 모든 것을 거머쥔 때였다. 게다가 같은 해 11월엔 알마와의 사이에서 첫째 딸 안나를 얻었고 2년 후인 1904년엔 둘째 딸 마리아까지 품에 안게 되었으니 말러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 마이에르니히의 달빛 아래 그가 써내려갔던 작품은 “내가 작곡한 교향곡은 내 삶 전체의 과정이다”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비극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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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말러는 감정에 기대지 않고 오직 독일 정통의 절대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뼛속 깊이 뿌리내린 염세의 정서는 교향곡이란 장르의 예술과 결합해 궁극의 비감과 함께 밀도 높은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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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은 1903년 여름부터 1904년에 걸쳐 작곡된 작품으로 그가 작곡한 10편의 교향곡 중 승리의 결말이 아닌 비극적으로 막을 내리는 유일한 작품이다. 총보는 그 이듬해인 1905년에 완성하여 1906년 5월 독일 에센에서 말러의 지휘 아래 전독일 음악연합 축제에서 초연됐다. 작품은 전체 4악장으로 1악장은 행진곡풍의 열정적인 악장이다. 목가적인 소방울 소리와 몽환적인 첼레스타(건반악기)가 등장하며 찬연한 색채미가 돋보인다. 2악장은 스케르초 악장이나 해학스러운 분위기 대신 허무하고 비극적인 정서가 감돌고 있다. 3악장은 비감과 함께 목가적인 서정이 흐르나 불규칙한 화성이 등장하고 갑작스럽게 악장이 종결된다. 4악장은 가장 비극적인 악장이다. 리드미컬한 악상들은 증폭과 소멸을 반복하다 마치 고된 투쟁 끝에 패배하듯 처절히 소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