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강서구 오곡동 서울산림항공관리소 격납고에 출동 대기 중인 산림항공 조종사가 수리온 산림헬기의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산림청, 2·3호기 배치 ‘활약 기대’

자동항법·야간시계 확보 장치
전천후 악조건에도 임무수행

중형헬기로 최고 시속 287㎞
골든타임前 현장도착 초동진화

글·사진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오곡동 산림청 서울산림항공관리소 격납고. 동체 길이 15m에 달하는 산림헬기 2대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산림청이 수도권 산불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도입해 실전 배치한 수리온(KUHC-1) 2호·3호기다. 주조종사와 부조종사 좌석 전면에는 100% 디지털화된 조종·항법장치로 가득하다. 세계 최고의 위치정보확인시스템(GPS) 장비기업인 미국 가민사의 자동항법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전원을 켜니 오토파일럿, 계기비행 장치, 지형탐지 장치, 최신 통신장비 등에 녹색 불빛이 선명히 들어온다. 기수 전면에는 빛을 증폭시켜 조종사의 야간 시계확보를 돕는 EVS(Enhanced Vision System) 장치가 탑재돼 있다. 김성필 조종사는 “새로 도입된 수리온 기종은 뛰어난 기동성과 함께 야간 진화 등 악조건 속에서도 안정적인 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최신 장비가 장착돼 있는 것이 기존 러시아제 카모프 헬기와 차별화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산림항공 조종사가 수리온헬기용 야간투시경(NVG) 장비를 착용하고 훈련 중인 모습.

최근 로스앤젤레스(LA) 산불 사례에서 보듯, 기후 온난화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각종 재해가 대형화하고 있고, 발생 빈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0만 인구가 사는 수도권 지역은 대형산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야간까지 이어지는 산불로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야간산불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산불은 야간에는 주간보다 확산의 속도가 약하다. 낮보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습도가 증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류 변화와 국지적인 건조 현상으로 야간에도 불길이 빠르게 번질 수도 있다. 야간에는 가시성이 떨어지고, 지상 진화 인력과 장비 접근이 어려워 화재 대응이 지연되기도 한다. 수도권 등 주요 산불 위험 지역에서 주야간 전천후 산불진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 확충이 긴요한 대목이다. 산림청은 수도권 산불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과 12월 서울산림항공관리소에 최신 항법장비를 갖춘 수리온(KUHC-1) 헬기 2대를 도입해 야간산불 대응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산림청이 최초로 국산 수리온헬기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18년. 수리온 1호기는 현재 제주산림항공관리소에 배치돼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최신 항법장치로 무장한 2호기, 3호기를 최근 추가로 도입해 서울산림항공관리소에 배치한 것이다. 수리온 헬기는 ‘유틸리티 기종’답게 산불진화, 산림방제, 항공구조, 산림재난 모니터링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특히 야간 산불진화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2020년 안동산불, 2022년 울진산불 당시 야간산불 진화에 실제 투입돼 성능을 입증했다. 주요 임무 장비는 야간산불 진화가 가능하도록 돕는 각종 최신 항법·계기 장비와 산불진화 물탱크(담수량 2000ℓ), 급수용 호이스트 등을 구비하고 있다. 산림청은 향후 산불진화 능력 확대를 위해 물탱크 담수 용량을 3000ℓ로 개량하기 위한 준비도 제작사와 함께 추가 검토 중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100% 디지털 장비로 가득 찬 수리온 진화헬기 내부 조종석 모습.

수리온 헬기의 또 하나의 장점은 빠른 기동력이다. 기존 중대형헬기는 담수 용량이 큰 만큼 기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형헬기인 수리온은 최대속도 287㎞/h로 시속 50㎞ 이상 더 빠르다. 담수 용량은 작지만 산불진화 시 대형헬기가 한 번 물 투하하는 시간에 두 번 물을 담수하여 물을 투하할 수 있어 산불초동 진화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수리온 헬기에 장착된 물탱크 담수 용량은 기존 헬기의 60% 수준이지만 빠른 기동력으로 초동 진화나 확산을 막는 골든타임 전에 현장에 도착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부품 교체 주기가 길어 경제적이고, 유지와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기간도 절감할 수 있다.

공중 야간 산불진화는 여전히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따른다. 어둠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전선과 철탑, 나무 등 장애물 충돌 위험이 높고, 강풍과 난기류로 인해 비행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 조종사의 높은 숙련도가 요구되는 고난도 임무이며, 정밀한 비행 기술이 없으면 효과적인 산불진화가 어렵다. 지속적인 훈련과 철저한 사전 점검이 필수적이다. 특히 야간 산불진화 시 관제, 기상, 급수장비, 이·착륙장 유도등 등은 필수 비행조건이다. 특히 기상악화, 조종사 피로, 주변 광원의 간섭으로 인한 야간투시경 장비(NVG·Night Vision Goggle) 성능저하 등의 상황이 없어야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김 조종사는 “현재 소속 8명의 조종사 중 5명이 수리온 운용에 필요한 조종 역량을 확보해 언제든지 투입 가능한 상태”라면서 “산불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민의 휴식처인 산림을 산불재난으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