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룹 스트레이키즈는 멤버 이미지에 맞는 동물 캐릭터를 활용해 ‘다마고치’ 굿즈를 제작했다. 해당 굿즈는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품절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이돌 앨범·굿즈도 ‘뉴트로’ 열풍… Z세대서 인기


엔믹스, MP3플레이어로 새앨범
스트레이키즈, 다마고치 출시

SM ‘창립 30주년’ 레트로 굿즈
에스파, CDP 포함된 앨범 선봬

2030 호기심 자극하며 유행
향수 불러오는 예쁜 디자인에
팬 아니어도 “갖고 싶다” 반응


MP3 플레이어, CD 플레이어, 다마고치(휴대용 디지털 반려동물 게임기)까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수명이 끝났다’고 평가받던 제품들이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아이돌 앨범과 굿즈로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이런 제품을 접해본 적이 없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들 사이에서는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오히려 ‘힙’(hip)하다는 반응과 함께 팬덤 간 경계까지 허물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새로운(NEW) 세대와 과거의(RETRO) 콘텐츠가 맞물린 전형적인 ‘뉴트로’ 현상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룹 엔믹스의 조개 모양 MP3 앨범.

지난 17일 컴백한 JYP엔터테인먼트(JYP) 소속 걸그룹 엔믹스는 조개 모양의 MP3 플레이어를 새 앨범으로 선보였다. 멤버 숫자에 맞춘 6가지 색상이 눈에 띈다. 팬들은 “멤버 6명을 상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JYP의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도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다마고치 굿즈를 예약 판매했다. 다마고치는 일본 완구회사 반다이에서 1996년 출시해 유행했던 장난감이다. 해당 굿즈에는 토끼, 늑대, 병아리 등 멤버들을 형상화한 동물 모양의 캐릭터 ‘스키주(SKZOO)’가 그려져 있다. 귀여운 디자인에 반응은 뜨거웠다. 하루 만에 1차 예약 수량이 모두 소진돼 2차 판매로 이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SM)는 이보다 먼저 레트로 앨범과 굿즈를 출시했다. 지난달 18일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를 기획상품(MD)으로 선보였다. 아이리버는 2000년대 MP3 플레이어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이다. 또, 지난해 SM 소속 걸그룹 에스파는 첫 정규 앨범 ‘아마겟돈’을 발매하면서 CD 플레이어가 포함된 버전을 함께 내놨다. CD로 된 앨범을 구매해도 들을 방법이 없어 고민이었던 팬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가격이 14만5000원에 달했지만, 1·2차 예약 판매 당시 매진돼 3차 예약까지 진행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SM엔터테인먼트 30주년 기념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처럼 레트로 감성을 활용해 뉴트로 문화를 확산하는 이색 앨범과 굿즈를 내는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걸그룹 (여자)아이들도 카세트테이프 버전의 ‘아이 스웨이’ 미니 7집을 제작한 바 있다. 가요계에서 복고는 이전에도 유행하던 소재였지만 그룹 뉴진스의 데뷔를 기점으로 유행이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복고 열풍은 계속 있었지만 K-팝 아이돌로 보면 이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건 뉴진스이고 이를 계기로 아이돌 사이에서도 복고 콘셉트가 본격화됐다”며 “서구적이고 이질적인 기존의 분위기에 비해 신선함이 느껴지는 한편 대중이 이를 선호해 트렌드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룹 에스파 CD 플레이어 버전의 ‘아마겟돈’앨범.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팬덤만 반응하는 게 아니다. 향수를 자극하는 예쁜 디자인에 “아이돌 팬은 아니지만 소장하고 싶다”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Z세대는 이 제품들을 제대로 써본 경험이 없다. 낯설지만 차별화되고, 개성적인 디자인과 기능에 매력을 느끼는 모습이다. 노모(26) 씨는 “에스파 노래는 자주 듣지만 굿즈는 사 본 적이 없는데, CD 플레이어 패키지 판매 이미지를 본 순간 힙하다고 생각해 구매했다”며 “요즘 에어팟 대신에 줄이 달린 이어폰을 쓰는 트렌드가 돌아온 것처럼 CD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면 남들과 다른 이미지로 보일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의 물건을 구매하면서 오래된 제품을 즐기는 느낌을 받는다”며 “색다르고 개별적인 소비 생활을 추구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10∼20년 전 드라마나 영화를 쉽게 볼 수 있어 2030 세대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 것 같다”며 K-팝 팬덤을 중심으로 한 뉴트로 유행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