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전 옳지만… 우크라에 유리”

쿠르스크 등 전세 우위 내세워
“지상상황 고려, 다음조치 협상”
美 중동 특사와 비공개 회담

트럼프는 “푸틴과 만나고 싶다”
정상회담 시사하며 수용 압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30일 휴전안’에 대해 세부 사항 조율을 요구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줄다리기에 돌입했다. 푸틴 대통령은 휴전 기간 쿠르스크 내 우크라이나군 문제, 우크라이나군 전열 재정비 가능성 등을 들어 러시아에 유리한 수정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다시 한 번 휴전을 압박했다.

13일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심을 가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휴전 자체는 옳고 우리는 이를 확실히 지지하지만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동료들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논의해야 할 수도 있다”며 미국 측과 세부 사항을 논의할 의향을 드러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당장의 30일 휴전안은 우크라이나군에 전열 정비 시간을 가져다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휴전 기간에 군대를 훈련시키거나 서방의 군사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휴전에 들어갈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3분의 2 이상을 탈환한 자국 본토 쿠르스크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곳은 우리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은 완전히 고립돼 있다”며 “며칠 내 물리적 봉쇄가 이뤄지면 그들은 항복하거나 죽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가 우세한 전장의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러시아군이 전선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전진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지상의 상황을 고려해 분쟁 종식을 위한 다음 조치를 협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전세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는 점을 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미국과 러시아는 30일 휴전안과 관련한 세부 논의에 들어갔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이날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모스크바를 방문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는 푸틴 대통령과 비공개로 회담을 가졌다. 위트코프 특사는 14일에도 푸틴 대통령과 회동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희망적”이라면서도 “완전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위트코프와 다른 사람들이 러시아에서 매우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완전한 휴전에 동의했으며 우리는 러시아도 동일하게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와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것(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유지할 영토와 잃게 될 영토, 최종 합의의 다른 요소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