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왼쪽)와 첼리스트 최하영.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스타 연주자로 떠오른 두 사람은 두 살 터울 자매다. 내달 롯데콘서트홀에서 국내 첫 듀오 무대를 선보이는 두 사람이 유럽의 한 공연장에서 협연을 펼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 ‘현악 자매’ 최하영·최송하

언니는 첼로, 동생은 바이올린
각각 국제 콩쿠르 우승·준우승
고국서 처음으로 듀오 콘서트
서로의 강점으로 ‘순발력’ 꼽아

맏이 최하임도 오케스트라 단원
“세자매 함께 무대 오를 날 고대”

“드레스를 바꿔 입기도 하고, 취미도 같이 즐기죠. 아, 연습 땐 서로 피아노 반주도 해주니 완벽한 파트너랍니다.”

지난 12일 화상으로 만난 ‘현악 자매’ 최하영(27·첼로)과 최송하(25·바이올린)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유럽 공연을 위해 벨기에에 머물고 있는 두 사람의 밝은 기운이 화면 너머로 전해진다. 시원한 웃음소리와 반달 모양 눈매가 똑 닮은 자매는 최근 클래식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연주자들이다. 최하영은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스타 연주자로 발돋움했고, 최송하 역시 2023년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준우승하며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들이 내달 함께, 한 무대에 오른다. 올해 롯데콘서트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최하영의 콘서트에 최송하가 협연하게 된 것. 해외에선 이미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으나, 고국에서의 듀오 콘서트는 처음이다. “어릴 때부터 한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어요.” 목소리에 기대감이 잔뜩 묻어난다.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언니로서, 또 동생으로서 바라본 장단점을 말해달라 했다. ‘현실 자매’의 ‘폭로전’을 기대했는데, 돌아오는 답이 한결같이 착하니, ‘비현실’ 자매라고 해야 할까. 최송하는 어려서부터 언니를 ‘이상적인 첼로 연주자’라고 생각했다. “특히,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배웠어요. 공연 준비 과정을 보면 존경스럽고요.” 최하영은 동생이 관객을 사로잡는 힘, 음악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능을 타고났다고 했다. “동생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 자극과 영감을 받습니다.” 가장 가깝기에 오히려 가장 상처인 존재가 가족이라던데, 이 말도 이들 앞에선 힘을 못 쓴다. 두 사람을 단단하게 엮는 건 피보다 진한 ‘음악적 지향’이니까. 무대 위에선 ‘이심전심’이다. 최송하는 “‘이렇게 던지면(연주하면), 받아줄까’ 생각하는 순간, 이미 언니가 받고 있어서 놀랄 때가 많다”고 전했다. 흔한 말로 ‘찰떡 호흡’.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공통으로 꼽은 서로의 강점이 ‘순발력’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초등학교 시절의 최송하(왼쪽)와 최하영 자매.

무대 아래에서도 자매의 신뢰 관계는 변함없다. 얼마 전까지 베를린에서 4년 동안 같이 살았던 이들은 “단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고 했다. 해외 체류가 길어 독일어와 영어가 더 편한 두 사람인데, 이날 인터뷰 중간중간 잘 떠오르지 않는 한국어를 서로 귀띔해주는 모습도 다정했다. 매 순간 서로 ‘든든한 지원자’다.

이번 공연은 내달 30일 최하영이 독무대를 선보이는 1부로 시작해 자매가 협연을 펼치는 2부로 이어진다. 바흐와 모차르트, 코다이 등 고전과 현대음악을 아우른다. 최송하는 “베를린에서 같이 머물던 시기 언니와 함께 코다이의 음악을 자주 들었다”면서 “우리 성향에 잘 맞는 곡이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곡인 코다이가 다소 도전적인 선택이 아니냐 하자 그는 “젊어서 그런지 하고 싶은 게 많다. 자꾸 새로운 걸 찾게 된다”며 웃었다. 최하영 역시 “조금 생소하더라도 (관객들이) 몰입하고 열중해서 감상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최하영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3번, 펜데레츠키 ‘지크프리트 팜을 위한 카프리치오’ 등을 들려주며, 최송하와의 협연에선 코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 모차르트 이중주 G장조를 연주한다.

‘현악 자매’는 사실 둘이 아니라 셋이다. 맏이인 바이올리니스트 최하임(29)도 영국 런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이다. ‘현악 세 자매’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셋이 함께 찍은 사진을 늘 품고 다닌다는 최하영은 “첼로 하나에 바이올린 둘이라는 악기의 조합만 봤을 때는 쉽지 않다”면서도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생과의 무대가 실현된 것처럼, 셋이 함께 연주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웃음)”.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