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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국 상승률 1위에서 지난해 하락률 3위로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을 언급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세종시 집값이 지난해 전국 시·군·구 중 세 번째로 큰 낙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정치권이 달군 ‘천도론(행정수도론)’으로 외부 투자자가 몰리면서 2020년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일부 고점 대비 절반 가까운 수준에도 거래될 정도로 크게 떨어졌다. 다만, 여타 지방처럼 공급과잉으로 인해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이 아닌 만큼, 연내 집값이 소폭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2024년 1월~2025년 1월) 세종시 매매가는 5.65% 하락했다. 이는 전국 시·군·구 183곳 중 3번째로 큰 낙폭이다.

세종은 지난 2020년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35.76%) 1위일 정도로 수요가 몰린 지역이다. 당시 정치권에서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뒤 외부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 그러나 이후 국회 이전 등의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투자 수요가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단기에 크게 급등한 만큼 이후 부동산 침체기에 다른 지역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세종의 집값 하락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주택 매매가는 직전에 고점을 찍은 지난 2021년 5월과 비교하면 약 24.75% 하락한 상태다. 이는 평균치일 뿐 일부 매물은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에 거래됐다. 대평동 해들마을6단지 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99.07㎡)는 지난 2021년 7월 13억85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이보다 56.32% 저렴한 6억500만 원에 팔렸다.

최근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11년 3개월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미분양이 비수도권(지방)을 중심으로 적체되고 있지만, 세종은 다른 지방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 1월 세종 미분양은 57가구로 다른 지역보다 많지 않은 데다, 1년 전(120가구)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미분양도 꾸준히 소진되는 데다 공급물량도 평년보다 적다"며 "세종은 다른 지방과 달리 공급과잉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국회 이전 논의가 계속 지연되자 외부 투자자들이 실망하고 떠나고 있는데, 세종 인구가 40만 명 미만이라 정주 인구 만으로는 집값 하락세를 뒤집을 동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이 대표가 서울 용산시에 있는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을 시사하면서 또다시 세종 천도론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도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추진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종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당장 이전이 추진되는 게 아닌 이상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정도로는 실망해 떠난 투자자들이 돌아오기엔 역부족"이라며 "다만 그와 별개로 세종시 집값은 앞서 급등한 여파로 더 크게 떨어진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일정 수준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