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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어엑스, 수차례 발사연기

바람 최대변수… 구름·낙뢰도
“발사지연, 임무수행과는 무관”

한·미 합작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사진) 발사는 수차례 발사 연기를 겪었다. 우주발사체는 발사 전 기계적 점검뿐만 아니라 기상조건, 우주물체 위치 현황 등 다양한 환경요인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불안요소만 있어도 발사가 연기될 수 있다.

10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발사체와 지상 시스템의 준비 상황, 우주궤도에서의 최적화된 탑재체 운용을 위한 발사 위치와 궤도 등을 고려해 사전에 계산된 발사 가능 시간대를 우주로 가는 하늘의 문이 열리는 시간이란 의미에서 ‘발사 윈도(launch window)’라고 한다. 발사 준비는 이에 맞춰 이뤄지는데 발사 당일의 기상 조건, 우주물체와의 근접회피 분석 결과에 따라 발사 시각이 최종 확정된다.

특히 발사 예정 하루 전에는 발사체, 발사대 및 추적시스템 등 기계적 부분의 발사 준비 최종 점검이 이루어진다. 지상국의 비행 종단 시스템과 원격측정장치 등의 통신상태에 대한 점검도 이때 수행된다. 점검이 종료된 뒤 약 6시간 동안 발사준비 리허설 내용을 분석해 다음 날 발사를 준비한다. 기계적 점검 과정에서 이상이 확인되면 발사 일정은 지연된다.

또 기계적 점검이 완전히 이뤄져도 예정된 발사 시점에 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기상 조건도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변수는 바람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경우 지상풍이 평균 초속 15m, 순간 최대 초속 21m 이상이거나 고층풍이 초속 100m를 넘으면 발사를 하지 않는다. 바람이 너무 강하면 발사체 궤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중요한 기상 변수는 구름과 낙뢰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 발사체의 비행 경로에 번개가 치면 발사체나 탑재체에 손상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온도·습도·강수 등도 발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계적 점검과 기상 조건에 대한 판단이 끝났어도 발사 후 이미 우주 공간에서 떠돌고 있는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을 따져보는 근접회피 분석 결과 역시 발사 연기를 초래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비록 질량이 아주 작은 물체라 하더라도 우주에서는 통상적으로 궤도 속도가 초속 약 8㎞에 달하기 때문에 탑재체와 충돌할 경우 폭발 등의 가능성이 크다.

미국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을 발사체로 이용하는 스피어엑스도 이 같은 까다로운 발사 조건에 따라 발사 연기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사 연기는 발사체인 팰컨9의 이륙 준비 단계에서 빚어진 것이기 때문에 탑재체인 스피어엑스와는 별개의 문제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해 당초 발사계획보다 지연됐다”면서도 “스피어엑스 임무 수행에는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