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계 올들어 119만CGT 수주
고부가가치 선박 공략 등 효과

올해 들어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 조선업계보다 2배가량으로 많은 수주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사들은 2021년 중국 조선사들에 ‘수주 주도권’을 빼앗긴 뒤 지난해 양국 간 수주실적 격차가 4배 넘게 벌어지며 고전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성과를 내면서 주도권을 탈환하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방안을 강행할 태세여서 국내 조선업계의 반사이익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6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와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1∼2월)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의 수주실적은 119만CGT(표준선환산톤수), 60만CGT를 기록했다. 한국이 중국보다 1.98배로 많은 물량을 수주하며 중국 업체들을 ‘역전’한 것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선박 등 이른바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이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한국 업체들은 컨테이너선(82만CGT)·LNG운반선(26만CGT)·LNG벙커선(11만CGT) 등 고부가선종 위주의 수주가 이뤄졌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벌크선(11만CGT)·제품탱커(11만CGT)·석유화학제품탱커(10만CGT) 등 전통 선박 중심 수주를 진행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2020년까지만 해도 819만CGT로 중국(793만CGT)을 따돌리며 글로벌 선두 지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중국이 물량 공세에 나서면서 2021년 한국은 1735만CGT, 중국은 2280만CGT로 전세가 역전된 이후 2022∼2023년에도 계속 중국에 밀렸다. 지난해에는 한국 1098만CGT, 중국 4645만CGT로 중국 조선사들이 국내 조선사들보다 4.23배로 많은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미국이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 자국에 입항할 때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 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면서 우리나라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낸 ‘미국의 중국 선박규제 : 잠재적 게임 체인저’ 보고서는 “해운업계가 미국에 입항하는 선단에 한해 비중국산 선박 위주의 구성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선사들의 중국 조선사 발주 선호도가 하락하고, 한국 또는 일본 조선사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