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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브람스 ‘비의 노래’

바이올린 협주곡 대성공 뒤
내친김에 소나타 1번 만들어
그로트 시에 붙인 가곡 차용
바이올린 소나타 3편중 백미


꽁꽁 얼어붙은 땅과 앙상한 나뭇가지에 권태로워질 이맘쯤이면 무척이나 봄비가 기다려진다. 겨울비야 추위 따위나 몰고 올 테지만 봄비는 온풍을 싣고 겨우내 얼었던 땅을 녹이며 산과 들의 초목을 깨워낼 테니 말이다.

활짝 만개할 꽃나무가 그리울 요즘 봄비를 그리며 듣기 좋은 작품이 있다. 바로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비의 노래’다.

브람스는 오스트리아 남부의 호수에 둘러싸인 휴양도시 푀르차흐(Portschach)를 사랑했다. 브람스는 종종 이곳에 머물며 휴식과 함께 악상들을 펼쳐냈는데 1879년 여름에도 그랬다. 이곳에서 이제 막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완성한 브람스는 동료 피아니스트인 빌로트에게 악보와 함께 편지를 부쳐 새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빌로트씨. 악보를 한 번 연주해 보세요. 아마 온화하고 상쾌한, 비 내리는 저녁의 달콤하고도 씁쓸한 분위기를 느끼시게 될 겁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완성한 1879년은 브람스의 나이 46세가 되던 해로 작곡가로서는 완연한 완숙기에 접어든 시기였다. 그러나 여태껏 브람스는 단 한편의 바이올린 소나타도 세상에 선보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브람스는 바이올린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없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브람스는 이전에 적어도 4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완성했지만 완벽을 추구했던 그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에 미처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1853년 그의 스승인 슈만과 또 한 명의 작곡가 디르티리와 공동 작업했던 바이올린 소나타가 남아있긴 하지만 일부인 3악장 스케르초만을 작곡했을 뿐이고 나머지 3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브람스 자신의 손으로 직접 폐기 처분해 버렸다.

몇 달 앞선 1879년 1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바이올린 협주곡’의 초연에서 대성공을 거둔 브람스는 성취감과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바이올린에 대한 악상과 영감이 흘러넘쳤고 브람스는 내친김에 곧장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완성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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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흔히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이라는 제목 대신 부제인 ‘비의 노래’로 널리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작품 3악장의 도입 부분을 다름 아닌 브람스 자신의 가곡, 1872년에 작곡한 ‘비의 노래’(Regenlied)의 선율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독일의 시인 클라우스 그로트(1819∼1899)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의 선율은 이 작품의 3악장에 등장해 찰랑이는 물결 위에 낭창하게 부딪치는 빗방울을 유려하게 그려내고 있다. 빗방울을 연상케 하는 악상은 비단 3악장뿐만 아니라 전곡에 걸쳐 등장하며 우수에 물든 비의 정취를 일관되게 자아내고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비의 노래’

브람스가 남긴 세 편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첫 번째 작품으로 1879년에 작곡되었으며 출판은 그 이듬해인 1880년 짐로크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1악장. 소나타 형식의 악장으로 서정적이고도 경쾌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음형과 함께 우아하고도 애수에 젖은 선율을 자아낸다.

2악장. 느린 악장으로 애수에 젖은 선율은 이내 깊은 우울감을 드리우며 고독을 노래한다.

3악장. 이 작품의 백미로 클라우스 그로트의 시에 곡을 붙인 자신의 가곡 ‘비의 노래’의 선율이 첫 주제로 등장한다. 짙은 애수의 선율은 마치 슬픔을 초월한 듯 우아하고도 처연히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