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김도아 우리은행 TCE 시그니처센터 PB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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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금리 상승기, 인내하는 투자자들에게 봄날이 올까. 지난 몇 년간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웃을 일이 거의 없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채권시장에 직격탄을 날렸고 많은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을 경험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채권이 고금리의 폭풍 앞에 무너진 것이다.

채권의 기본 원리는 단순하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의 가격은 하락한다. 신규 발행되는 채권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기존 채권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 채권 투자자들이 겪은 고통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모든 겨울이 그렇듯, 추위가 극에 달하면 봄은 더 가까워진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언제’ 그 봄이 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누구나 알지만 현실 속에서 손실을 마주한 투자자들에게 그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당초 시장은 2025년 4번 정도의 금리 인하를 기대했지만 최근에는 1∼2번 정도의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완고하게 유지되고 있고 특히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쉽게 둔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 정책과 관세 인상은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단순히 금리 인하만 기대하며 채권에 투자하기보다는 시장 분석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 연계채권(TIPS)은 물가 상승에 대한 방어책이 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고수익 회사채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흥국 채권 시장 역시 선진국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들은 각기 다른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어,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자산 배분 측면에서도 채권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주식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은 변동성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하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금리 상승기에도 단기채권은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 변동을 보이며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냈다. 투자 목적과 시간 지평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채권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장은 항상 사이클을 따라 움직여왔다. 1980년대 초 두 자릿수 금리를 기록했지만 결국 금리는 하락했고, 채권 가격은 회복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강물이 깊어 보일수록 천천히 건너라”는 격언처럼 성급한 판단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유지할 때다. 긴 겨울이 지나면 봄은 반드시 온다. 다만 그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 채권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경제의 기본 원리를 따라 움직일 것이고 인내하는 자만이 마침내 웃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