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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전쟁’ 다음에는 ‘환율 전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전쟁을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쌍둥이 적자(무역수지 적자+재정수지 적자)’ 때문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 경제의 ‘대외 균형’이 무너졌다는 의미고, 재정수지 적자는 미국 경제의 ‘대내 균형’이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로는 경제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수십 년 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무역적자나 제조업 고용을 크게 개선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관세 전쟁이 실패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서 수출을 촉진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환율 전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을 ‘대통령의 수석 경제학자’로 불리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ouncil of Economic Advisers·CEA)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런 지명자는 지난해 11월 허드슨 베이 캐피털이라는 민간 회사에 근무하면서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조화를 위한 사용자 가이드(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라는 보고서를 썼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다음의 경제정책이 환율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주장하는 새로운 환율 협정 이름을 트럼프 대통령 사저(私邸·개인 집)가 있는 곳의 지명을 따서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라고 명명했다. 누가 봐도 1985년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일본 엔화 등에 대한 미 달러화 가치를 크게 내리기로 한 ‘플라자 합의’를 의식한 작명법(作名法)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이후 환율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러 정황상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미국이 관세 전쟁으로 일본 등 극소수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의 많은 국가와의 사이가 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마러라고 합의가 도달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