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상파울루 마약밀매 소굴 단속에 나선 브라질 경찰. 연합뉴스

브라질 최대 마약 밀매 조직이 태평양 건너 호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코카인 가격이 브라질보다 20배 이상 비싼 점을 노린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브라질 언론 G1에 따르면 브라질 마약 갱단 ‘PCC’(Primeiro Comando da Capital)는 최근 수년간 호주로 향하는 상선에 코카인을 숨겨 밀반입하려다 당국에 잇따라 적발됐다.

2020년 9월에는 시드니 항구에 도착한 2000개의 냉동 바나나 상자 안에 552㎏ 분량 코카인이 확인됐고, 2022년엔 뉴캐슬 항구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다이버 근처에서 52㎏ 코카인 묶음이 발견됐다.

브라질 산투스 항을 출항하려는 컨테이너 선박에서도 마약류가 몇 차례 세관 당국에 압수됐다.

이 사례들은 PCC가 관여한 마약 밀수 범죄라고 매체들은 보도했다.

포르투갈어로 ‘수도 제1사령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PCC는 1993년 브라질 교도소 내 수형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현재 코카인 밀수나 불법 금 채굴 등 영역에서 범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이들만 9만 명 안팎에 이르는 브라질 내 최대 마약 밀매 조직으로 당국이 추정하고 있다.

남미 다른 지역과 유럽·아시아 등지 범죄 조직과도 연결된 PCC는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와의 협상을 통해 기존 물류 노하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확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의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 6일 온라인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초국가적 범죄 집단이 새로운 국가 안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호주 내 코카인 시장의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이 초국적 조직범죄 집단에 매력적인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코카인이 브라질이나 유럽에서보다 최대 20배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ASPI는 부연했다.

브루누 파이스 만수 상파울루대 연구원은 가디언에 "단순히 마약을 금지하고 범죄자를 투옥하는 건 효과가 없다"며 "사람들이 계속 마약에 손을 댈 수 있기 때문에 단편적 방식으로는 국가가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