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세 갈등, 정치化 막아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무기화’가 속도를 내면서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장벽 구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발(發) ‘나비효과’이기도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밀어내기 물량 공세를 동반한 중국산 저가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경쟁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국 산업을 결정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 수년간 주로 선박과 차량 등에 쓰이는 중국산 후판 철강 제품이 국내 철강보다 30% 정도 싸게 판매되는 상황이 계속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일 무역위원회를 열고 최대 38.02%에 달하는 예비 반(反)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그동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세율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던 중국산 후판과의 가격 불균형을 시정해 무차별 가격 경쟁에 내몰렸던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사실 우리 정부는 상당한 원자재 공급망을 중국에 의존하는 국내 업계 상황과 중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해 반덤핑 관세 부과에 신중한 입장이었으나 결국 칼을 빼 들었다. 중국의 내수 침체에다 3월 12일부터 미국이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 수입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에서 대미 수출 길이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로 대량 유입되고, 제3 세계 저가품 역시 국내 시장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반덤핑 관세 부과는 중국산 후판 제품만 겨냥한 건 아니다. 관세 장벽을 통한 보호무역주의의 세계적 확대 추세에서 국내 산업 보호도 중요하다. 또한, 통상국가인 우리의 대외 수출 경쟁력 확보도 고려 대상이다. 이번에 중국·인도네시아·대만산 스테인리스강 평판 압연 제품에 대한 가격 약속 연장과 폴리프로필렌 연신(OPP) 필름에 대해 2.50%에서 25.04%의 덤핑방지 관세 부과가 함께 제안된 것도 이런 배경이다.

결국 한·중도 양자 관세 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중국의 일부 매체는, 한국이 정상적인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무시하면서 전 세계적인 철강 수요 위축과 한국 기업의 경쟁력 부족을 중국에 덮어씌우는 시도라고 논평한다. 국내 철강 업계는 가격 경쟁력 회복의 계기로 기대하지만, 조선 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우려한다. 일부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는 선박 업계의 원가 압박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2020년 12월 수출통제법, 2022년 12월 수출금지 제한 기술 목록 발표에 이어 지난해 12월 1일 관세법을 발효해 다른 국가의 관세 조치에 맞대응하기 위한 ‘대등 원칙’과 ‘보복 조치’를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또, 중국은 2015년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반덤핑 조치에 대응해 자국 철강 업체들에 보조금과 세금 감면을 통해 수출을 확대한 경험도 있다. 중국 역시 자국 산업 보호가 최우선임은 물론이다.

현실적으로 관세 장벽 구축을 피할 수 없지만, 제로섬 게임도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중 양국 간에는 경제 문제의 정치화라는 특수 상황이 있다. 대중(對中) 공급망 의존도가 큰 반도체와 전기기기, 무선통신기기 핵심 부품에 대한 ‘중국식’ 제재가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는 경제원리에 맡기는 실리 외교를 통해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飛火)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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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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