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사정원 직접 결정’ 고수… 이달 ‘추계위 설치법’ 통과 불투명

정부, 보정심 산하 기구 포기에
의료계는 “독립성 없다”어깃장

정부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를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두는 것을 포기하는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직접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달 내 추계위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정부가 그동안 의사들에게 각종 특례를 주고 정책 결정 권한마저 양보하면서 ‘의사불패 신화’를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정치권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추계위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환자 단체 의견을 수렴했지만 의료계가 복지부 수정안에 반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예정됐던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도 추가의견 수렴을 위해 전날 돌연 취소됐다. 정부 수정안엔 의료계 요구가 대거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의료계 요구에 따라 추계위를 보정심이 아닌 복지부 장관 직속 별도 위원회로 두는 대안을 제시했다. 각 대학 총장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정할 때 의대 학장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내용도 부칙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엔 총장이 교육부와 협의해 정원을 조정하도록 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정부 수정안은 추계위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반대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의료계에 끌려다니자 의료개혁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복지부가 ‘의사 달래기’를 계속 하는데 이는 지금까지 의료 개혁과 전혀 맞지 않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추계위가 의사 위원 수 과반·의결권을 동시에 확보한 나라는 해외 어디에도 없다”며 “공급자인 의료인이 의사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것인데 인력을 상황에 따라 정하는 것도 아니고 법제화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에선 정부가 의대 정원을 직접 결정한다. 일본은 2015년 이후 후생노동성 산하에 ‘의사수급분과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의결권이 없으며 자문만 한다. 네덜란드는 보건부 재정지원으로 의료인력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데 역시 자문 역할에 그친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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