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략’ 뺀 안보리 결의 밀어붙인 美… 유럽과 더 멀어졌다

이미지 크게보기17초간 ‘악수 기싸움’ 24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 도중 서로 상대방의 오른손을 꽉 움켜쥐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17초간 악수를 하는 등 기싸움을 벌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 동맹 아닌 北·러 편에 서나

美, 유엔서 ‘러 규탄’ 거부하고
러·中과 움직이며 별도 결의안
WP “유럽과 주요한 단절 의미”
유럽은 美 변화에 해법 못찾아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미국이 발발 3년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동맹이 아닌 러시아·북한과 같은 편에 섰다. 미국은 유엔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내용을 담은 우크라이나 주도 결의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이어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침략 책임을 묻지 않는 결의안을 제안했고, 이에 러시아와 중국이 찬성하고 영국과 프랑스는 기권했다.

24일(현지시간) 열린 유엔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를 규탄한 이전 유엔총회 결의를 이행할 필요를 강조한 우크라이나 제안 결의안은 찬성 93표, 반대 18표, 기권 65표로 가결됐다.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주요 동맹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지만 정작 미국은 러시아, 북한, 벨라루스 등과 함께 반대표에 투표했다. 중국과 이란은 기권했다. 우크라이나가 주도한 결의안에 반대한 미국은 신속한 종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에 대한 내용을 뺀 별도의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원안은 거부되고 러시아의 침공 내용을 담은 수정안이 찬성 93표, 반대 8표, 기권 73표로 채택됐다. 이에 미국은 수정안 투표에서 기권했다.

이후 미국은 안보리에서 러시아·중국 등과 함께 움직이며 결의안 채택을 밀어붙였다. 안보리에서 미국이 제안한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10표, 반대 0표, 기권 5표로 가결 처리됐는데, 미국의 결의안은 러시아의 침략 언급 없이 “분쟁의 신속한 종결”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항구적 평화”를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태도 변화는 유럽과의 주요한 단절을 의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모스크바와의 관계 개선 노력과도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라고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독재자라는 표현을 쓰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난 그런 단어를 가볍게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미·러 사이에 이뤄질 주요 경제 개발 거래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대화는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만간 모스크바 방문 의사도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에 대해 “최종 합의에 가까운 상태”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이번 주나 다음 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유럽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평화가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의미해서도, 안전 보장이 없는 휴전을 의미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은 브뤼셀에 모여 우크라이나 긴급 군사지원 계획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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