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통제 고가 반도체, 저가 부품으로 둔갑시켜 수출한 40대 적발…차명 법인 통해 홍콩으로 밀반출

이미지 크게보기 미국산 전략물자 불법수출 거래도.

3만6000개 고성능 반도체 밀반출
폐기 PCB 가격 조작해 수익 은닉 시도
범죄 수익 환수 위해 고가 아파트 등 동결

부산=이승륜 기자

전략 물자로 수출 통제 대상인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를 저가 반도체나 인쇄 회로 기판으로 속여 홍콩에 팔아넘긴 40대 남성이 관세 당국에 적발됐다.

부산세관은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를 정부 허가 없이 홍콩으로 불법 수출한 혐의(관세법·대외무역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A(40대) 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내 기업에 반도체를 납품하는 업체의 대표이사인 A 씨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차명으로 운영하는 수입·수출 법인을 통해 미국에서 고성능 반도체인 ‘에이디 컨버터(AD Converter)’를 수입해 홍콩으로 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에이디 컨버터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로, 처리 속도가 높은 고성능 제품은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어 관련 법에 따라 수출입 거래가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A 씨는 에이디 컨버터의 품명을 일반 반도체의 100분의 1 수준에 판매되는 저가 반도체나 인쇄 회로 기판(PCB)에 해당하는 것으로 바꿔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 씨는 폐기 대상인 저가 PCB 가격을 고가로 조작해 판매하는 수법으로 미국산 반도체 판매 대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고가 반도체를 팔아 대금을 챙겼으면서도 마치 고가 PCB 보드를 판매해 돈을 번 것처럼 자금 세탁을 한 것이다.

A 씨는 이러한 수법을 이용해 2020년 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총 22차례에 걸쳐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 3만6000개를 홍콩으로 불법 수출하고, 약 51억 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A 씨가 법원의 범죄수익 추징 판결을 받기 전에 재산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법원의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아 고가 아파트 등 재산을 가압류했다"며 "이를 통해 추후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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