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대신 스캔에 태블릿PC…‘종이’ 사라진 대학가 인쇄소 깊은 시름

이미지 크게보기 인쇄물을 찾는 대학생들이 점차 줄어들며 대학가 인쇄소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동대문구 대학가에 위치한 한 인쇄소의 모습. 조언 기자

분주했던 ‘신학기 특수’ 옛말
교재 스캔하는 스캔방은 성업

한겨울 추위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대학교 앞 인쇄소들의 시름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개강을 앞둔 매해 이맘때쯤이면 수업에 필요한 논문·참고자료를 찾는 학생들로 북적이곤 했는데, 최근 대학가에서 종이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학생들의 발걸음도 뜸해졌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세태에 발맞춰 인쇄물을 디지털 기기에 담아 주는 ‘스캔방’도 등장하고 있다.

25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내 인쇄업 점포 수는 2025년 2월 기준 3589개로, 2023년(3682개)과 지난해(3630개)에 이어 또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동대문구 대학가 인근 인쇄소들도 찾는 이들이 드물어 한산한 분위기였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A 씨는 "예전에는 교수들이 개강 일주일 전 수업에 사용할 서적이나 논문을 인쇄소로 미리 보내놓는 경우가 많아 개강 준비로 분주했지만, 요즘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며 "학생들이 종이 인쇄물을 잘 보지 않고 인근 무인 프린트 카페도 많이 사용해 월세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근처 인쇄소 사장 B 씨도 "요즘 대학생들은 종이책이 아닌 태블릿PC로 주로 공부해, 인쇄와 복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새 학기 특수도 옛말이 됐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대학가 인쇄소가 불황에 빠진 이유로는 종이로 된 책이나 자료를 찾지 않는 이른바 ‘페이퍼리스(Paperless) 캠퍼스’ 문화가 지목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학에서 비대면 수업이 활발해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경향이 부쩍 늘었다.

빈틈을 파고든 것은 스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스캔방이다. 스캔방에선 전공 서적을 PDF 파일로 변환해 태블릿PC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무거운 전공 책 대신 전자기기만 들고 다니는 대학생들의 활동 패턴에 들어맞는다는 평가다.

이날 신촌의 한 스캔방엔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이 몰려, 차례가 올 때까지 한두 시간 기다리거나 인터넷으로 예약을 걸어둬야 할 정도였다. 대학생 최모(23) 씨는 "전공서적이나 종이 논문을 가방에 무겁게 들고 다니는 것보단 필요한 부분만 스캔해 태블릿PC에 저장하는 게 수업 듣기 훨씬 편하고, 수업 내용을 녹음해 함께 복습하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조언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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