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직거래’도 머지않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우크라戰 종전협상 급속 진전
하반기에는 美北 담판 가능성
‘영변만 비핵화’ 스몰딜 우려

일본은 ‘핵균형’ 전략 나설 것
핵무기 제조 역량은 이미 보유
이젠 日核도 가정해야 할 상황

한국과 일본 간에는 학술 활동도 차이가 크다. 일본은 학내를 넘어 각계 인사가 참석하는 세미나는 토요일에 열린다. 언론인·공무원·정치인·교수 등 다양한 직종의 인사들이 전국에서 주말에 참여한다. 평일 직장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은 어느 때부턴가 토요일은 물론 금요일도 아닌 목요일에 세미나를 한다. 심지어 금요일도 오후가 되면 주말 분위기라 발표자는 물론 청중도 참석을 기피한다. 토요일에는 관리인 추가 비용 등으로 대학은 아예 문을 잠가 버린다. 과거 이명박(MB)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재직 시절 주 6일 근무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 직원들에게 콤비 복장으로 출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토요일 오전에 마음이 들떠 업무가 이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장부터 관리한 것이다. 오래전 아날로그 근무 시절과 인공지능(AI) 시대는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평일에 본업은 제쳐놓고 행사에 참여하는 한국과 평일은 정상 근무를 하고 토요일에 추가로 세미나를 하는 일본,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1월 25일 일본 와세다(早稻田)대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 동북아 정세 전망’ 세미나도 토요일이었다. 한·일 전문가들은 양국이 협력해서 공동으로 트럼프 2기를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필자의 관심은 북핵에 대한 일본 조야의 대응책이었다. 1월에야 미 의회 인준을 통과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청문회에서 북한을 ‘핵국가’로 지칭했을 때만 해도 일 외무성은 북한을 결코 핵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언급한 데 대해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외무상은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노벨 평화상을 노리는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되면 하반기에 열릴 수 있다는 필자의 견해에는 일본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했다.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이 제안한 ‘영변 핵만 비핵화’가 톱다운 스몰딜(small deal)로 합의가 되는 시나리오에서 양국의 반응은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처럼 미·북 정상회담에서 패싱될 경우 안보 불안이 심각하고, 74%의 국민이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입장에 대해 일본은 관망 상태였다. 지난해 일본의 반핵 단체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은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서, 핵 제조와 보유 및 반입 금지라는 비핵 3원칙이 확고하다. ‘핵 알레르기’가 여전한 일본의 정치 상황에서 미국과 나토(NATO)형 핵공유 방식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일본판 나토’를 주장하며 3원칙 중 핵 반입 금지의 수정을 주장해 왔다. 정치적 기반이 미흡해 당장 밀어붙이긴 쉽지 않지만, 미·북 정상회담에서 부분 비핵화가 합의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미·일 동맹으로 안보를 지키지만 ‘절대 늦지 않은 외교’를 주창하는 일본도 마침내 핵보유를 통한 핵균형(nuclear parity) 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특히, 일본은 우리보다 북핵 대응에서 한 수 위다. 이미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20% 이하는 물론 그 이상도 미국이 동의하면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다. 핵연료 사용후 재처리가 가능해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미원자력협정에서 모두 불가(不可)다. 최근 경주 방폐장 2단계 처분시설이 준공돼 시운전에 들어갔지만,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핵의 평화적 이용조차 제한받는다. 일본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결과 이미 47t의 플루토늄을 비축, 6개월이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잠재력 기반을 구축했다.

트럼프 2기 첫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는 대미 투자를 1조 달러로 늘리고, 방위비는 GDP 대비 1.6%에서 3%로 늘리는 대신 관세 폭탄은 피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재확인했다. 일본 핵무장의 미래는 워싱턴-평양 간 핵 빅딜에 달렸다. 김정은의 핵이 도쿄를 압박한다면 일본의 비핵 3원칙도 변화할 것이다. 북핵이 실전 배치된다면 일핵(日核)이 머잖은 장래에 선보일 것이다. 남핵(南核)은 언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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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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