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절보다 더 엄중” 위기감
나토 “GDP의 3.5%까지 늘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박과 러시아 밀착 움직임에 유럽 각국이 자주국방 체제 강화를 위해 앞다퉈 방위비 증액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대표적인 ‘재정검소 국가’로 꼽히는 덴마크는 최근 방위비 대폭 증액을 예고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19일(현지시간) 국방예산 추가 편성과 함께 군 당국에 조속한 무기 전달을 지시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덴마크는 올해와 내년 방위비에 500억 크로네(약 10조 원)를 추가하기로 했다. 전날 의회에서 안보 상황이 “냉전 시절보다 더 엄중하다”면서 “대대적 재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번 증액을 통해 덴마크 방위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거뜬히 넘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크 뤼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지난 14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 국가의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언급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유럽 국가들은 방위비를 늘려야 하는데 GDP의 3%, 가능하면 3.5%까지도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독일 연방의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마르쿠스 파버(자유민주당)는 24일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독일이 해당 기준에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2024~2030년까지 방위 분야에 4130억 유로(약 617조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 액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모범적 동맹국’이라고 치켜세운 폴란드는 지난해 GDP 대비 4.1%로 이미 높았던 방위비 비율을 올해 4.7%까지 늘렸다. 또 러시아와 가장 인접한 발트해 연안의 에스토니아는 GDP 대비 방위비 비율을 2026년 4%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투아니아도 같은 해까지 5~6%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