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한 가운데, 19일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선양의 한 철강 도매시장에 중국산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AFP 연합뉴스

3년새 중국 후판 수입량 ‘3배’

오랜 불황 벗어난 조선업계는
“찬물 끼얹는것” 실적악화 우려

정부가 저가 물량 공세를 펴 온 중국산 후판(선박 건조 등에 쓰이는 철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30%가량 저렴한 중국산 후판과 경쟁해오던 국내 철강업계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후판 한국 공급량을 최근 3년간 3배 이상 늘린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에 직격탄을 맞아왔다. 반면 오랜 불황을 극복하고 이제 막 호황기에 접어든 조선업계 등은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제소한 ‘중국산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연강판 후판 제품’(후판) 수입량은 지난해 117만6300t으로 우리나라가 수입한 전체 후판 물량 186만6100t 중 63.0%에 달한다. 중국산 후판 수입 비중은 지난 2021년 29.0%(116만3400t 중 33만7900t), 2022년 38.1%(178만7000t 중 68만200t), 2023년 57.6%(218만3200t 중 125만8300t)로 크게 늘었다. 지난 3년 동안 약 3.1배로 늘었다. 중국산 후판 수입금액은 2021년 3억1372만 달러(약 4501억 원)에서 7억9919만 달러(약 1조1468억 원)로 약 2.5배로 증가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제조나 건설용 자재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3개 회사가 후판을 생산해 왔다. 20∼30%가량 저렴한 중국산 후판이 국내에 밀려들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철강회사들은 구조조정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각각 38.5%, 60.6%, 56.5%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했고, 무역위는 전날(20일)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후판에 수출 기업별로 27.91∼38.02%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다른 저가 공세 제품으로 자동차용 강판 등에 쓰이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 여부도 주목된다.

조선업계는 선박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후판 가격 인상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 이제 막 기지개를 켜려던 조선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며 “이번 조치는 궁극적으로 국내 조선사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와 선박 수주 물량이 감소하고, 오히려 후판 사용이 줄어드는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