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시계로 1명 90분만 신문
마은혁 임명 심리 서두르고
한덕수 탄핵심판 늑장 개시

증인들 檢조서 증거로 채택
형소법 개정 전 선례 논란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결과가 내달 중반 결정될 예정이지만 헌법재판소의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논란들로 인해 헌재 결정이 또 다른 사회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결정문에서 내놓는 판단 근거가 정교해야 헌재 결정을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21일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은 진행을 보여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는 20회 가까운 변론기일을 가졌지만 윤 대통령은 그 절반에 불과하다”며 “신속히 탄핵심판을 처리하려다가 불신을 자초한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주 2회 진행하면서 많게는 증인 4명을 불러 신문했다. 신문에는 초시계까지 동원돼 증인 1명당 신문 시간을 90분으로 정확히 제한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한 첫 증인신문 당시 “3분만 시간을 더 달라”는 윤 대통령 측 요청이 거절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반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은 늑장심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총리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은 소추안이 접수된 지 54일 만인 지난 19일에 열렸다. 한 총리 측은 신속한 심리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4차례 제출했다. 결국 한 총리의 탄핵심판은 단 한 차례 변론기일 이후 종결됐고 현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빨리 종결할 수 있는 사건을 너무 미뤘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핵심판 결정에 앞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보류 사건에 대한 선고를 먼저 잡았다가 연기한 점은 헌재 신뢰도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헌재는 지난 3일 마 후보자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의 선고를 내리려다 보류했다. 당시 헌재가 선고 기일을 미룬 것은 국회 측의 권한쟁의 관련 의결 생략 논란, 졸속 심리 문제 등 ‘절차적 흠결’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 탓이란 분석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4일에서야 국회 측에 “6일까지 청구인 적격 문제에 대한 입장을 추가로 설명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놓고 헌법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헌재가 선고 전 당연히 조사했어야 하는 청구인 적격 문제를 빠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자신의 룰을 자신이 정한다’는 식의 논란도 나왔다. 헌재는 논란이 된 핵심 증인들의 ‘검찰 조서’ 증거 능력과 관련해 “탄핵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다”고 밝혔는데, 대부분은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들이다. 지난 2020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형사 재판에선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검찰 조서는 재판 증거로 쓸 수 없게 됐는데, 헌재는 법 개정 이전의 선례를 따르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법 제40조는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어 이는 법학계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선형·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