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건과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검찰 수사 시작되자 해외 출국


이명박(MB) 정부 시절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2부장이 기소된 지 2년여 만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지난 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기무사 2부장 A(65) 씨에게 징역 1년9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는 별개로 명문의 규정을 두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피고인을 비롯한 군의 구성원들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과 지시를 이행함에 있어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잃지 않도록 경계할 헌법상의 책무를 부담한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북한군의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하고 대통령을 보필한다는 명목으로 이 사건 범행에 깊이 관여했다"라며 "국민의 자유로운 여론형성을 저해하고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온라인상 여론을 분석·정리해 만든 ‘일일 사이버 검색결과’를 청와대에 전송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제기된 혐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를 받거나 보고를 한 사실이 없고 실무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으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그의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양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A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A 씨는 2010년 1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기무사 군인들로 하여금 온라인을 통해 정부·여당 지지 글 게시 및 정부에 비판적인 네티즌들에 대한 가입정보 등 신원조회, 온라인 정부 정책 비판 활동 분석 및 보고서 작성 등 불법 정치관여 활동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8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출국했던 A 씨는 수년 만에 자진입국했다. 검찰은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여권 무효화 조치 등을 진행한 뒤 그를 구속기소해 재판이 열리게 됐다.

한편, 기무사 댓글 공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무사 참모장과 사령관 등도 실형을 선고받아 유죄가 확정됐으며, 전직 청와대 비서관들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