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A 씨가 지난해 6월 28일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에 앞서 춘천지검 영월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행 현장 족적과 피고인 샌들 특징점 17개 일치
"치정 얽힌 치밀한 범행…알리바이도 만들어"

영월=이성현 기자



지난 2004년 강원 영월에서 영농조합법인 간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사건 발생 20년 만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민형)는 2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0)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는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둔기로 모 영농조합법인 간사 B(당시 41세) 씨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흉기로 목과 배 등을 14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현장에 간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른바 ‘영월 농민회 간사 살해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수사 초기에 A 씨가 알리바이를 주장하며 용의 선상에서 배제돼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다. 이 사건의 실체는 2014년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재수사에 나서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담수사팀은 B 씨 피살 장소에서 확보한 피 묻은 샌들 족적과 A 씨 샌들의 특징점 17개가 99.9%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내용 등 재수사 결과를 토대로 2020년 11월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범행현장에서 채취된 족적 관련 추가 감정, 혈흔 및 DNA 분석과 함께 휴대전화 디지털 증거와 통신 내역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목격자들을 재조사하는 등 증거를 보강했다. 이를 통해 A 씨가 교제하던 여성 C(당시 30대 중반) 씨가 영농조합법인 간사인 피해자 B 씨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범행을 계획하고 알리바이도 만든 것으로 판단했다.

20년 만에 범인으로 지목돼 지난해 7월 17일 구속기소 됐다가 같은 해 12월 말 구속 만기로 보석 석방된 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A 씨는 이날 다시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