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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산책 제한했어야 주장
법원 "병원서 안정적 생활, 허용 잘못 아냐"


법원이 병원에서 산책하다 추락사한 10대의 부모가 의료법인에 책임을 물으며 낸 민사소송에서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 김영학)는 추락사한 A 군의 부모가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5억9000만 원 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A 군은 병원에 입원한 뒤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지 않았고 사망 당일 정신과 면담에서도 ‘잘 잤다’고 하는 등 특별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며 "병동 생활을 안정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산책을 허용한 병원 조치가 잘못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A 군이 추락한 뒤) 다리 골절을 파악한 병원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에 협진을 요청했고 (A 군이) 소리에 반응하지 않자 중환자실로 이송했다"며 "A 군이 사망하기 전까지 통상적인 진료 과정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따른 공황 발작으로 입원한 A 군은 사건 당일 오전 8시쯤 2차례 10분 정도씩 산책을 하고 병실에 돌아왔다. 이후 A 군은 오전 10시쯤 또다시 혼자 산책하러 나갔다가 병원 4층에서 추락했다.

A 군은 사고 후 10여 분 만에 병원 1층 바닥에서 발견돼 정신건강의학과로 옮겨졌으나 2시간 뒤 결국 숨졌다. 사인은 골반 골절로 인한 저혈량 쇼크로 조사됐다.

A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폭력을 당해 우울감 및 불안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이후 상태가 호전됐으나 동급생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 일면식 없는 고등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며 공황발작이 발생했다. 이에 A 군은 한 해 동안 정신의학과 병원에 3차례나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퇴원하면 다음 날부터 공황 증상이 다시 나타났고, 급기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A 군은 보호 병동에 다시 입원해 또 약물치료와 정신 치료를 받던 중 사망에 이르렀다.

이에 A 군의 부모는 "아들이 전화 통화를 할 때 큰소리를 지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다음날) 병원은 혼자 하는 산책을 제한하지 않았다"라며 "(사고 후에도) 곧바로 병원 응급실이 아닌 9층 정신 병동으로 이송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