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신간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를 출간한 풍수학자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대한민국 사회에 뿌리내린 주술의 기원을 1000년 전 고려 시대에서 발견한다. 본인 제공

■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 펴낸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

1000년전 고려시대부터 시작
혼란의 역사 속 깊게 자리잡아

“현재 정치·갈등, 주술과 같아
스스로 사고하고 해결하도록
교육 방식 개선 없인 못 바꿔”

신년이 되면 운세를 보기 위해 점집을 찾는다. 혼란한 정국 속에 국회 국정조사에 무당이 등장하기도 한다. 현대 문명의 발달과 과학 기술의 발전 속에 무속신앙이 터부시될 법도 한데 여전히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무속인을 찾고, 용하다는 점집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우리 삶의 곳곳에는 ‘주술’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주술사회’가 되어버린 걸까? 그리고 어째서 그들은 주술에 빠졌을까? 풍수학자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한반도에 뿌리 깊게 자리매김한 주술의 역사를 살피기 위해 10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부터 중국의 변방국으로 존재했던 상황에서 주체적일 수 없었던 국가의 위치가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최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술의 질긴 생명력이 ‘주체성 상실’에 있음을 짚어냈다. 그가 최근 출간한 신간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해냄)에 따르면 주술과 권력의 결탁은 고려 개국 때 시작됐다. 고려 시대 태조 왕건은 세상을 떠나기 전 왕자들을 위해 유훈인 ‘훈요십조’를 남겼는데 여기에 포함된 도선의 풍수 사상이 현재까지 ‘주술’의 형태로 남아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흔히 ‘풍수의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도선에 대해 “‘도선국사비문’을 분석하면 풍수 관련 내용은 단 한 마디도 없다”며 “내용은 모두 비보술(주술)이다. 비보술은 밀교의 택지술인데 ‘땅을 고른다’는 말 때문에 풍수술로 착각한 것이다. 풍수술이 오랜 자료를 바탕으로 묘지나 주택, 관청 등의 건물을 짓기 적합한 땅을 찾는 것이라면 비보술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안녕을 빌고 행운을 불러오기 위해 굿을 지내거나 사탑을 조성하는 등 전적으로 인간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풍수술’로 위장한 ‘비보술’은 그렇게 고려 무신정권에 접어들며 권력 강화를 위해 온갖 비기, 밀기 등의 저서를 통해 정치의 중심에 들어섰다.

무신정권의 출세를 위해 사용된 비보술은 현대에 와서는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등으로 연결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한 것은 풍수술이 아닌 비보술의 결과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는 과거에는 당나라나 송나라 유학을 해야 성공하고 강자 앞에서 조아려야 먹고살 수 있었고 이후에 독립운동부터 해방 이후까지 주체적 사상을 가지고 나아가려고 했던 사람의 성공 신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현대 사회에 들어서도 여전히 성공과 출세에 있어서 굿과 운세에 기대는 등 의존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과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술이 성행한 시기도 있었지만 한국과같이 오랜 기간 지속된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주술로부터 세계를 해방시킨 합리화 과정’이라고 꼽았을 정도로 세계의 합리화는 주요한 요소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은 비합리적이고 때로는 비상식적이다. 김 교수는 “집단문화”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한번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너도나도 하려고 하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며 “지금의 정치 양상과 갈등도 모두 하나의 주술과 같다”고 분석했다.

강자에게 기대고 운에 성공을 맡겨버리는 고려 시대와 다를 바 없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해결책은 없는 걸까. 김 교수는 1000년간 뿌리 내린 주술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주체성을 키우는 교육”부터 시작할 것을 강조했다. “암기식, 주입식 교육 속에는 우리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이 빠져 있어요. 그런 교육부터 완전히 바뀌지 않으면 주술에서 빠져나오긴 힘들 거예요. 운이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깨고 나아가야죠.”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