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대응 늦으면 경쟁서 도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글로벌 가상자산 파생시장이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 여전히 요원한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단계적 허용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전보다는 완화된 입장이지만, 실제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를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2일 가상자산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솔라나’와 ‘라이트코인’ 등 주요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자산)의 현물 ETF 승인을 검토 중이다. 외신들은 관련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일본 금융당국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하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투자 흐름에 발맞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비롯한 가상자산 ETF에 대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전날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ETF 도입과 관련해 “너무 늦어지지 않는 수준에서, 투자자에 대한 보호를 고려하면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신년사에서 “가상자산 ETF 비즈니스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도 올해 들어 법인에 가상자산 투자 허용 논의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법인의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비영리법인부터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가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법인이 가상자산을 현물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법인 계좌 허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는 단계적 검토이기 때문에 구체적 도입 시기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가상자산 현물 ETF가 거래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 범위에 가상자산이 포함돼야 해 법 개정이 필요한데 최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여전히 가상자산 ETF가 금융시장 안정성과 실물경제 생산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는데,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계속 뒤처지게 될 것”이라며 “규제 완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당국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